저출산 예산 380조, 무엇이 들어 있었나
15년 동안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집계된 380조 2000억 원 안에는 창업 지원과 스포츠팀 지원도 들어 있었습니다. 경계를 그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생아가 24개월째 늘고 21년 만에 위원회 간판이 바뀐 지금, 이 총액으로는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가릴 수 없습니다.

목차 · 7개 단락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분류돼 15년 동안 집계된 돈은 380조 2000억 원입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입니다. 이 총액 안에는 창업 지원과 스포츠팀 지원, 인문학 강화 사업이 들어 있습니다.
이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저출산 기사 앞자리에 놓여 왔습니다. 380조를 썼는데 출산율은 0.7명이더라.
지금은 출생아 수가 24개월 연속으로 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4% 늘어 2019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처음으로 가려야 할 시점인데, 380조는 각 부처가 자기 사업을 저출산 항목에 올려서 만든 총액입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이 총액으로는 확인되지 않고, 9월 10일 출범한 인구전략위원회가 2027년부터 인구 예산을 미리 협의해 걸러 낼 때 들여다볼 장부도 이것입니다.
380조는 하나의 예산 항목이 아닙니다
먼저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보겠습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분류된 사업들의 총액이 380조 2000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태어난 아이가 626만여 명이니, 한 명당 6070만 원을 썼다는 계산이 따라 나옵니다. 이 계산은 지난 몇 년간 거의 모든 저출산 기사에 등장했습니다.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분류된」이라는 조건을 봐야 합니다. 누가 분류했느냐면, 예산을 편성하는 각 부처입니다. 부처가 자기 사업을 저출산 대응 항목에 올리면 그 사업의 예산이 이 총액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창업 지원과 스포츠팀 지원이 왜 저출산 예산에 들어가는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경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경계가 없으면 총액은 커집니다. 그리고 커진 총액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380조를 썼는데 출산율은 0.7명이더라, 라는 문장입니다.
지금 숫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년 사이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입니다. 지금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이 필요합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는 14만 580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만 9430명, 15.4% 늘었습니다. 2019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습니다. 6월 한 달만 보면 2만 3111명으로 15.6% 늘었는데, 6월 기준으로는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혼인도 같이 움직였습니다. 2024년 1분기부터 열 분기 연속 늘었고, 올해 2분기 혼인 건수는 6만 2065건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서 같은 문제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옵니다
이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380조가 효과를 낸 것인가.
답을 하려면 380조 안에서 무엇이 저출산 대책이었는지를 먼저 갈라야 합니다. 그런데 그 경계는 애초에 그어진 적이 없습니다. 창업 지원과 난임 시술 지원이 같은 항목에 들어 있는 총액으로는, 어느 쪽이 효과를 냈는지 따질 수 없습니다.
실패를 증명할 수 없었던 숫자는 성공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20년 동안은 이 모호함의 비용을 아무도 치르지 않았습니다. 출산율이 계속 내려갔으니 총액이 얼마든 결론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오르기 시작한 지금,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가려야 할 이유가 처음으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가릴 도구가 없다는 사실도 이제야 드러납니다.
인구 구조가 설명하는 몫
게다가 이번 반등에는 정책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1991년에서 199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30대에 들어섰습니다. 출산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입니다. 35세부터 39세까지 여성 1000명당 출생아는 52.1명으로 13.1% 늘었고, 이 연령대에서만 출생아가 8300명 증가했습니다.
혼인 회복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지난해 첫째아의 53.2%가 결혼 후 2년 안에 태어났습니다. 혼인이 늘면 2년 안에 출생이 따라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출생아 증가분의 약 79%가 첫째아였습니다.
그다음이 어렵습니다. 20대 여성 인구는 266만 9000명으로 30대 여성 319만 4000명보다 52만 5000명 적습니다. 지금 출산을 이끄는 30대가 가임 연령을 벗어나면 그 자리에 더 적은 인구가 들어옵니다. 합계출산율이 올라도 태어나는 아이 수는 다시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반등을 정책 성과로 읽을지, 인구 구조가 만든 일시적 파도로 읽을지가 갈립니다. 두 해석은 앞으로 5년의 정책을 정반대로 설계하게 만듭니다.
이번 개편에서 실제로 바뀐 것
간판 교체 기사에 잘 안 실리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사전협의권이 이 개편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권한은 곧 무엇을 인구 예산으로 셀 것인지 정하는 권한이기도 합니다.
기준액이 정해지고 기본계획이 나오면, 380조를 만들어 낸 그 경계가 처음으로 그어집니다. 창업 지원이 여기 들어갈지 말지를 누군가 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10월에 첫 회의가 열리고, 하반기에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이 나옵니다. 그 문서에서 확인할 것은 목표 출산율이 아니라 사업 분류 기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380조라는 숫자가 틀린 건가요? 틀린 계산은 아닙니다. 저출산 대응으로 분류된 사업 예산을 더한 값이 맞습니다. 다만 그 분류를 각 부처가 했고 기준이 느슨했기 때문에, 이 총액을 「저출산 대책에 쓴 돈」으로 읽으면 실제보다 커집니다.
Q. 그럼 정책은 아무 효과도 없었나요? 그렇게 말할 근거도 없습니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효과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지금 자료로는 효과의 크기를 잴 수 없다는 쪽입니다. 개별 사업 단위로는 평가된 것들이 있습니다. 총액 단위로 판단이 안 되는 것입니다.
Q. 출산율 0.88명이면 아직 낮은 것 아닌가요? 낮습니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이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수준이 아니라 방향과 그 방향의 원인입니다. 7년 만에 방향이 바뀐 것은 그 자체로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Q. 이 증가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봐도 되나요? 그건 별개 문제입니다. 지금 출산을 이끄는 30대 여성은 319만 4000명인데 20대 여성은 266만 9000명으로 52만 5000명 적습니다. 지금의 30대가 가임 연령을 벗어나면 그 자리에 더 적은 인구가 들어옵니다. 합계출산율이 올라도 태어나는 아이 수는 다시 줄 수 있습니다.
Q. 이주민 분과가 새로 생긴 건 무슨 뜻인가요? 인구 문제를 출생아 수로만 보지 않겠다는 신호입니다. 김진오 부위원장은 출범 당일 이민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본계획에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380조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의 집계입니다. 그 이후 편성분은 이 숫자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분류 기준이 조정됐다면 제가 설명한 문제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둘째, 간접 지원 60%라는 수치는 육아정책연구소 분석에 근거합니다. 간접 지원 전부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거 안정이 출산 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많습니다. 영향을 준다는 것과 그 예산 전액을 저출산 대책으로 계상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셋째, 반등의 원인을 저는 분해하지 못했습니다. 인구 구조 효과가 크다는 점은 여러 자료가 가리키지만, 정책 효과가 0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가를 수 없다」고 썼지 「정책 효과가 없다」고 쓰지 않았습니다.
넷째, 사전협의권이 실제로 경계를 긋는 데 쓰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기준액이 높게 설정되면 대상 사업이 적어지고, 낮게 설정되면 협의 부담이 커집니다. 제도가 생겼다는 것과 작동한다는 것은 다릅니다. 2027년 1월 이후에 확인할 일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저출산 보도에서 380조는 결론을 대신하는 숫자였습니다. 크고, 외우기 쉽고, 무슨 정책을 이야기하든 앞에 놓으면 회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숫자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경계를 긋지 않았기 때문이고, 경계를 긋지 않아도 됐던 이유는 결과가 늘 같은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결과가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러면 처음으로 따져 볼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따져 보려면 지난 20년치 장부를 다시 열어야 하는데, 그 장부에는 창업 지원과 난임 시술 지원이 같은 칸에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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