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통제가 키운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26%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6%, 한국은 약 20%입니다. 한국이 낮은 이유는 국산 장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세계 최고 장비를 제한 없이 사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산화율이 낮은 것은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사 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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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26%**입니다. 한국은 **약 20%**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나란히 제시된 값이고,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2028년에 38%까지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중국 우시에서 열린 반도체 장비 전시회에 다녀온 한국 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숫자입니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집계한 한국 수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인 나라가 그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의 국산화율에서는 뒤에 있습니다.
한국의 20%는 국산 장비가 부족해서 나온 값이 아닙니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 최고 장비를 제한 없이 사 올 수 있었고, 성능이 검증된 수입 장비를 국산으로 바꾸면 수율이 흔들립니다. 그 값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날아가는 돈이 장비값보다 큽니다. 국산화율은 기술력을 재는 눈금이라기보다 그 나라가 무엇을 못 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한국이 낮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는 얇은 원판 위에 회로를 빛으로 그리고(노광),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고(식각), 새 막을 입히는(증착) 일을 수백 번 반복해 만듭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은 지난 30년 동안 이 공정에 필요한 세계 최고 장비를 제한 없이 사 올 수 있었습니다.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는 네덜란드에서, 깎고 입히는 장비는 미국에서, 감광액을 바르는 장비와 검사 장비는 일본에서 필요한 만큼 구매했습니다.
이 조건에서 국산 장비를 쓸 이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성능이 검증된 수입 장비 대신 국산 장비를 넣으면 수율이 흔들립니다. 수율은 만든 것 중 불량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의 비율입니다. 100장을 생산해 95장이 멀쩡하면 95%입니다. 이 값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날아가는 돈이 장비값보다 큽니다.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가 20%입니다.
그래서 국산화율은 기술력을 재는 눈금이라기보다 그 나라가 무엇을 못 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중국은 못 사게 됐습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이어지면서 중국이 사올 수 있는 장비의 범위가 좁아졌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장비를 파는 쪽에서 보면 더 선명합니다. 네덜란드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2025년 4분기 36%에서 2026년 1분기 19%로 내려갔습니다. 시스템 매출만 놓고 보면 한 분기 만에 56% 줄었습니다.
여기에 베이징이 조건을 하나 더 걸었습니다. 로이터가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할 때 승인을 받으려면 신규 설치 장비의 절반 이상을 국산으로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령으로 공표된 것이 아니라 조달 심사 과정에서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장비를 파는 쪽이 먼저 말했습니다
ASML 최고경영자 크리스토프 푸케는 올해 6월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행사에서, 대중 수출통제를 더 조이면 중국의 자체 개발만 빨라지고 네덜란드 기업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허용된 심자외선 장비가 2015년 무렵의 기술이라는 점을 들어, 최선단이 아닌 장비까지 막는 것은 정상적인 상거래 흐름을 흔드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파는 쪽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발언입니다. 같은 기간의 숫자는 그 발언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공정별로 뜯어보면 국산화가 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맨 아래가 천장입니다. 노광은 5% 미만이고, 감광액을 바르고 현상하는 장비는 10% 미만, 이온주입은 5% 미만입니다. 이 세 공정이 막혀 있는 한 최선단 공정은 열리지 않습니다.
국산화율 수치가 자료마다 다르다는 점도 적어 두어야겠습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집계로는 2025년에 35%이고, IBK투자증권이 웨이퍼 팹 장비만 따로 본 값은 21%입니다. 무엇을 분모에 넣느냐에 따라 열 몇 퍼센트포인트가 움직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과 같은 기준으로 비교된 26% 쪽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국산화는 공짜가 아닙니다
전환에는 값이 붙습니다.
중국 현장 엔지니어의 증언으로 전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국산 노광 장비 한 대를 라인에 넣었더니 광학 정밀도가 모자라 패턴이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어긋났고, 잡는 데 사흘이 걸렸습니다.
업계에서는 전환기에 생산 효율이 20%에서 30%가량 떨어지고, 생산비가 5%에서 8%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그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중이고, 감수할 수 있는 이유는 감수하지 않을 선택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칸이 열렸습니다
중국 식각 장비업체 AMEC의 5나노 식각 장비가 대만 TSMC의 선단 공정 라인에서 검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검증에 들어갔다는 것과 채택됐다는 것은 다릅니다. 다만 방향이 달라졌다는 표시이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중국 장비는 중국 안에서만 쓰이는 물건이었습니다.
북방화창 쪽은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회사의 산화·확산로는 중국 파운드리 SMIC의 28나노 라인에서 6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주문은 1년 전보다 약 80% 늘었으며, 수주 잔고가 2027년 1분기까지 차 있습니다.
시장은 내년 매출을 북방화창 643억 위안, AMEC 222억 위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대략 12조 원과 4조 원 규모입니다.
한국에서 볼 것은 부품입니다
우시 전시회에서 한국 참관자들이 특히 언급한 것은 장비가 아니라 부품이었습니다.
웨이퍼를 나노미터 단위로 움직이고 재는 초정밀 부품들이 있습니다. 갠트리, 엔코더, 제진 장치, 자기부상 유닛 같은 것들입니다. 마이크로미터가 아니라 수십 나노미터 단위의 오차를 다루는 물건입니다.
중국에서는 장비회사와 부품회사가 같이 크면서 서로의 기술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한 참관자는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으로 이 대목을 꼽았습니다.
한국은 제조가 세계 최고인데 도구와 부품은 대체로 수입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적었듯이, 그건 지금까지 틀린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 선택이 만든 생태계의 두께에 이제 비교 대상이 생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국 장비 국산화율이 높으면 중국 반도체가 더 좋아지는 건가요? 그렇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국산화율은 어떤 장비를 쓰느냐의 비율이고, 성능은 별개입니다. 노광이 5% 미만에 묶여 있는 한 최선단 공정은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Q. 한국도 국산화율을 올려야 하나요? 목표를 몇 퍼센트로 잡는 방식은 이 사안에 잘 맞지 않습니다. 한국의 20%는 국산 장비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수입 장비를 쓸 수 있어서 나온 값입니다. 숫자를 올리는 것보다 부품·소재 쪽에서 대체 불가능한 품목이 몇 개인지 세어 보는 편이 실질적입니다.
Q. 수출통제가 실패했다는 뜻인가요?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최선단 공정 진입을 늦춘 것은 사실이고, 중국의 전환 비용도 실재합니다. 다만 통제가 중국 내 국산 장비 수요를 만들어 준 것도 사실입니다. 한쪽만 보면 판단이 기웁니다.
Q. AMEC 장비를 TSMC가 쓰게 되나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검증 단계이고, 선단 공정 장비는 검증에서 양산 채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지정학적 변수도 큽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26%와 20%가 완전히 같은 기준으로 산출됐는지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나란히 제시된 값이고 출처 기관이 밝혀져 있지만, 원 집계 방식까지는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기준이 다르면 이 비교 자체가 흔들립니다.
둘째, 2028년 38%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입니다. 전망은 전제가 바뀌면 바뀝니다. 특히 노광 쪽에서 돌파가 없으면 이 곡선은 중간에 눕습니다.
셋째, 공정별 수치를 서로 다른 두 자료에서 가져와 한 표에 넣었습니다. 열처리부터 박막증착까지는 IBK투자증권 값이고, 노광은 아시아타임스 보도값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숫자를 나란히 놓은 것이 아닙니다.
넷째, 한국의 부품·소재 의존도를 저는 수치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전시회 참관자들의 관찰과 협회 집계를 옮겼을 뿐입니다. 품목별로 몇 퍼센트가 수입인지는 이 자료들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수출통제를 설계할 때 상대가 못 사게 만드는 것까지는 계산에 들어갑니다. 상대가 만들기 시작하는 것은 계산에 잘 들어가지 않습니다.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통제가 유지되는 시간보다 길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 가정이 맞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노광은 여전히 막혀 있고 전환 비용도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이미 확인됐습니다. 통제를 받은 쪽이 도구를 만드는 동안, 통제를 받지 않은 쪽은 도구를 계속 사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두 나라의 장비 국산화율을 나란히 놓으면, 사 온 쪽이 아래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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