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클럽은 무엇으로 돈을 버나

한국 20대 남성의 고위험음주 비율은 10년 사이 41.6% 줄었고, 30대 이상 여성은 늘었습니다. 술이 빠진 자리에 들어온 것은 입장료와 회원제입니다. 밤의 요금을 누가 언제 내는지 알면 회식이 줄어든 이유도 다르게 보입니다.

사색가 J9분 분량
클럽 바 카운터에서 바텐더가 술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건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클럽 바 카운터에서 바텐더가 술이 들어가지 않은 음료를 건네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8개 단락
  1. 먼저, 술이 정말 줄었는지부터
  2. 술은 밤 산업에서 무엇이었나
  3. 그래서 아침 필라테스와 테크노가 한 세트가 됩니다
  4. 회식은 한국식 잔당 요금이었습니다
  5. 절제일까, 다른 종류의 소비일까
  6.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7. 자주 묻는 질문
  8. 밤이 짧아지고 비싸진 이유

한국 20대 남성 가운데 고위험음주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10년 사이 41.6% 줄었습니다. 남성은 전 연령에서 줄었습니다. 30대 이상 여성은 늘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술을 끊고 건강을 챙긴다는 설명은 앞의 두 문장까지만 맞습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30대 여성의 음주가 늘어난 이유는 취향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술이 빠진 자리에 들어온 것은 입장료입니다. 값은 문 앞에서 다 냅니다. 런던의 ’롱제비티 레이브’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데 술을 팔지 않고, 참가자의 기쁨과 연결감을 조이스코어(JoyScore)라는 지표로 잽니다. 술값에 숨어 있던 공간 비용이 앞으로 옮겨 오면 오래 머물게 할 이유가 없어지고, 밤이 짧아지고 예약과 회원제가 앞에 붙습니다. 술을 안 마시면 싸게 즐길 수 있던 선택지가 함께 사라집니다.

먼저, 술이 정말 줄었는지부터

토론토에는 아침에 필라테스를 하고 테크노를 트는 행사가 있고, 커피를 마시며 춤추는 ’커피 레이브’는 한 단체가 첫해에만 60회 넘게 열었습니다. 무대가 세 개고 4천 명이 오는 토론토 행사, 사우나에서 디제이가 음악을 트는 ‘사우나 레이브’, 요가 텐트와 호숫가 스파를 들여놓은 글래스턴베리와 코첼라까지. 따로 보면 유행이지만 요금 구조에서 보면 한 줄로 이어집니다.

한국 자료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를 10년 치로 비교한 결과입니다.

41.6%
20대 남성 가운데 고위험음주에 해당하는 사람의 비율이 10년 사이 줄어든 폭입니다. 고위험음주란 한 자리에서 소주 일곱 잔(여성은 다섯 잔) 이상을 주 2회 넘게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가끔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입니다. (질병관리청)

남성은 전 연령에서 줄었고, 20대의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여기까지는 ’젊은 세대가 술을 덜 마신다’는 통념과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 이런 것도 있습니다. 30대 이상 여성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 엇갈림이 중요합니다. ’세대의 취향이 바뀌었다’로 설명하면 여기서 막힙니다. 같은 시대를 사는 30대 여성의 음주가 늘어난 이유를 취향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세대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 시장 쪽 자료도 결이 비슷합니다. 주류 시장 조사기관 IWSR은 Z세대가 한 번의 술자리에서 마시는 주종 수가 2년 사이 2.8개에서 1.8개로 줄었다고 집계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상반기에는 고소득층에서도 술 예산이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덜 마신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이 취향의 문제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술은 밤 산업에서 무엇이었나

여기서 관점을 하나 바꿉니다.

클럽이나 바가 파는 것은 사실 술이 아닙니다. 공간, 음악, 조명, 그리고 사람이 모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술은 그것을 팔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입장료는 싸거나 없었습니다. 대신 술값이 비쌌습니다. 왜 그런 구조였을까요. 이 방식에는 장사하는 쪽에 유리한 성질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이 냅니다.

밤의 두 가지 요금 청구 방식
① 잔당 요금 — 술이 있던 밤
입장은 싸게, 회수는 술로. 오래 머물수록 많이 냅니다. 그래서 밤이 길어야 합니다. 요금은 그 자리에서, 조금씩, 나중에 걷힙니다.
② 사람당 요금 — 술이 빠진 밤
티켓·회원제·구독으로 회수합니다. 머문 시간과 무관합니다. 그래서 밤이 길 필요가 없습니다. 요금은 오기 전에, 한꺼번에, 미리 걷힙니다.

술을 빼면 ①번 경로가 사라집니다. 그러면 비용을 ②번으로 옮겨야 합니다. 공간과 음악은 여전히 돈이 드니까요.

그리고 ②번으로 옮기는 순간, 밤의 성질이 따라서 바뀝니다.

그래서 아침 필라테스와 테크노가 한 세트가 됩니다

이상해 보이는 조합들이 이 관점에서는 자연스러워집니다.

밤이 낮으로 옮겨갑니다. 사람당 요금에서는 오래 머물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회전이 빠른 편이 낫습니다. 아침 행사가 성립하는 건 취향이 건전해져서가 아니라, 긴 밤을 팔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밤이 비싸집니다. 술값에 숨어 있던 공간 비용이 입장료로 드러납니다. 예전에는 술을 안 마시면 싸게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문 앞에서 다 냅니다.

밤이 선별됩니다. 미리 결제하는 구조에서는 예약과 회원제가 자연스럽습니다. 지나가다 들어오는 손님이 설 자리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밤이 측정됩니다. 조이스코어가 상징적입니다. 기쁨과 연결감을 점수로 만들어 건강 효과를 잽니다. 사람당 요금을 받으려면 무엇을 주었는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술은 증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마셨다는 사실 자체가 영수증이었으니까요.

회식은 한국식 잔당 요금이었습니다

이 관점을 한국으로 가져오면 회식이 다르게 보입니다.

회식은 잔당 요금 구조의 극단이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비용이 올라갑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요금을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냈습니다.

그래서 회식이 줄어든 현상을 ’젊은 세대가 회식을 싫어해서’로만 설명하면 절반이 빠집니다. 동시에 벌어진 일은 이것입니다. 회사가 사 주던 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밤에 있던 것이 술만은 아니었습니다. 정보가 오갔고, 관계가 만들어졌고, 공식 회의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좋든 싫든 그것은 회사가 비용을 대던 사회적 기능이었습니다.

그 기능이 사라지면 어디로 갈까요.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비용을 내는 주체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관계를 만들고 정보를 얻는 일이 개인의 시간과 돈으로 옮겨간다면, 그것은 자유의 확대이면서 동시에 비용의 이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앞의 여성 음주율 이야기가 다시 걸립니다. 30대 이상 여성의 고위험음주가 늘었다는 자료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세대가 술을 끊고 있다’는 설명이 덮어 버리는 무언가가 그 숫자 아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 표식도 없는 손목 밴드, 화면은 꺼져 있다
밤이 끝난 뒤에도 무언가가 재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절제일까, 다른 종류의 소비일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짚고 싶습니다.

건강을 이유로 술을 줄이는 것과, 건강을 상품으로 사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술값을 안 쓰는 대신 회원권과 티켓과 측정 서비스에 씁니다. 지출이 사라졌다기보다 항목이 바뀐 겁니다.

그리고 성격도 바뀝니다.

술 마시는 밤은 벗어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낮의 규율에서 잠시 풀려나는 자리였고, 그래서 다음 날의 후회까지 포함해 밤이었습니다.

웰니스의 밤은 관리하는 시간입니다. 회복을 하고, 수면을 준비하고, 점수를 확인합니다. 이건 낮의 규율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그 규율이 밤까지 연장된 것에 가깝습니다.

좋고 나쁨을 가리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술로 망가지는 밤보다 나은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변화를 ’건강해졌다’고만 부를 때, 하루 중 관리받지 않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 인과가 반대일 수 있습니다. 저는 ’요금 방식이 바뀌면서 밤이 달라졌다’고 썼지만, 사람들이 먼저 술을 덜 마시게 되자 업계가 따라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양쪽이 서로를 밀고 있을 텐데,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공개 자료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 사례가 편중돼 있습니다. 롱제비티 레이브, 토론토의 커피 파티 같은 사례는 런던과 북미 대도시의 것입니다.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하기에는 표본이 좁습니다.
  • 한국 자료는 밤 산업 매출이 아니라 음주율입니다. 술을 덜 마신다는 것과 밤 산업의 요금 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고, 저는 국내 클럽·주점의 매출 구성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회식에 관한 부분은 가설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 회식 감소에는 다른 원인도 많습니다. 근로시간 제도 변화, 감염병 시기의 습관 변화, 조직 문화 자체의 변화가 겹쳐 있습니다. 이 글은 그중 잘 언급되지 않는 한 갈래를 짚었을 뿐, 주된 원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정말 늘었나요?

한국에서는 남성 전 연령에서 고위험음주율이 줄었고 20대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30대 이상 여성은 반대로 늘었습니다. 전체가 고르게 줄지는 않았습니다.

Q. 술을 안 팔면 클럽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

입장료, 회원제, 유료 프로그램으로 옮겨갑니다. 요가·사우나·측정 서비스처럼 술보다 단가가 높고 반복 구매가 잦은 항목이 함께 붙습니다.

Q. 무알코올 음료를 팔면 되지 않나요?

그렇게도 합니다. 무알코올 음료는 한 잔에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이 술보다 약합니다. 잔당 요금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Q. 그럼 이 변화는 나쁜 건가요?

이 글은 좋고 나쁨을 판정하지 않았습니다. 건강에 이로운 면은 분명합니다. 이 글이 보자고 한 것은, 그 변화가 ’개인이 건강해졌다’가 아니라 ’밤을 파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층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밤이 짧아지고 비싸진 이유

술은 밤 산업이 파는 물건이 아니라 요금을 걷는 방법이었습니다.

그 방법이 바뀌자 밤도 따라 바뀌었습니다. 짧아지고, 비싸지고, 예약이 필요해지고, 점수가 매겨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절제라고 부릅니다. 절제한 것은 술이지 지출이 아니고, 줄어든 것은 취기이지 관리는 그대로입니다.

어쩌면 사라지고 있는 건 술이 아니라, 아무도 나를 측정하지 않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사색가 J

공개된 자료를 놓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습니다. 의견이나 정정 요청은문의로 보내 주세요.

이 블로그의 글은 공개된 자료만을 근거로 씁니다. 개인 자격으로 운영하며 어떤 조직의 입장과도 무관하고, 비공개 정보나 취재원에 관한 정보는 다루지 않습니다. 운영 원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