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을 낮췄는데 왜 안 들어올까 — 가장 가난한 청년을 비켜 가는 주거정책
청년 주거정책을 실제로 써 본 사람의 비율은 최하위 소득층 6.2%, 최상위 21.1%입니다. 자격 기준은 청년 가구의 90%가 해당될 만큼 넓어졌는데도 그렇습니다. 저소득 임차가구 가운데 청년은 소득의 58%를 주거비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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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정책을 실제로 써 본 사람의 비율은 최하위 소득층 6.2%, 최상위 21.1%입니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씁니다. 차이는 세 배가 넘습니다.
자격 기준은 넓습니다.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새로 짓는 아파트 물량의 일부를 청년이나 신혼부부처럼 정해진 집단에 먼저 배정하는 특별공급의 대상을 넓히고, 나이 기준도 손봤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자격 기준은 청년 가구의 90%가 해당될 만큼 넓어졌습니다. 소득 구간별 이용률은 이렇습니다.
주거 지원은 원래 주거가 불안한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가장 불안한 쪽이 가장 적게 쓰고 있습니다.
문턱을 낮추는 일과 사람이 들어오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저소득 임차가구 가운데 청년은 소득의 58%를 주거비로 씁니다.
필요는 반대 방향으로 큽니다
혹시 최하위 소득층은 주거 부담이 덜해서 정책이 덜 필요한 걸까요. 자료는 반대를 말합니다.
국토연구원이 저소득 임차가구 3,022가구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 연령대 |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 | 월 주거비 | 월 소득 |
|---|---|---|---|
| 청년 (20–40세) | 58.0% | 34만 3600원 | 70만 8700원 |
| 중장년 (40–65세) | 38.2% | 29만 8600원 | 95만 5800원 |
| 노년 (65세 이상) | 34.8% | 23만 4100원 | 73만 6800원 |
소득의 절반을 주거비로 쓰면 과부담으로 봅니다. 청년은 58%입니다.
지원은 이렇게 갑니다.
공공임대는 나라가 시세보다 싸게 빌려주는 집이고, 주거급여는 소득이 적은 가구에 매달 월세의 일부를 현금으로 보태 주는 제도입니다.
같은 저소득 임차가구 안에서 비교한 숫자입니다. 가난한 정도가 비슷한데도 청년만 유독 덜 받습니다. 청년의 86.6%는 공공임대도 주거급여도 받지 않습니다.
부담은 가장 크고, 소득은 가장 적고, 지원은 가장 적습니다. 세 방향이 모두 같은 쪽을 가리킵니다.
문턱은 낮췄는데 무엇이 막고 있나
여기서 질문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자격 요건은 90%까지 넓어졌습니다. 그러니 막고 있는 것은 자격이 아닙니다.
무엇일까요.
정책을 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자격과 자기부담금입니다.
- 분양이나 특별공급에 당첨되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야 합니다
- 전세 지원을 받아도 보증금의 일부는 본인 몫입니다
- 대출은 갚을 수 있어야 하고, 갚을 능력은 소득으로 심사됩니다
그리고 이 두 번째 항목은 완화된 적이 없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5억원대입니다. 은행은 아무한테나 그만큼 빌려주지 않습니다. 한 해에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그 사람 연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는 선까지만 빌려주도록 규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라고 합니다. 연소득 5000만원이면 한도가 3억 5000만원쯤 됩니다. 나머지 11억원 이상은 이미 가지고 있거나 받아야 합니다.
국회 자료에서는 수도권 분양주택을 취득하려면 부모에게 5억원 이상을 증여받거나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선별은 심사가 아니라 잔고가 합니다
이 지점이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정책 문서에 적힌 선별 기준은 소득입니다. 소득이 얼마 이하면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그 기준을 완화하면 대상이 넓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을 걸러내는 것은 자산입니다. 계약금을 낼 수 있는가, 보증금 차액을 댈 수 있는가,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가.
명시된 기준과 실제로 작동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그리고 여기서 뒤집히는 대목이 나옵니다. 자격 요건을 넓히면 넓힐수록, 자기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쪽이 그 넓어진 문을 더 많이 통과합니다.
문턱을 낮추는 일이 형평을 개선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 자체는 넓어졌지만, 문 안쪽의 계단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용률 사다리가 그렇게 깨끗한 계단 모양인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청년들의 의지나 정보력의 차이가 만든 모양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돈의 차이가 그대로 찍힌 모양에 가깝습니다.
이 숫자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책의 성과는 대개 이렇게 보고됩니다.
- 몇 호를 공급했는가
- 대상 범위를 얼마나 넓혔는가
- 예산을 얼마나 늘렸는가
셋 다 늘릴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리고 셋 다 늘어났습니다. 청년 정책 예산은 30조원에 육박합니다.
’가장 필요한 사람 중 몇 퍼센트가 실제로 썼는가’는 저 세 지표 어디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건 따로 조사해서 분위별로 쪼개야 나오는 숫자입니다. 이용률 6.2%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그래서일 겁니다.
공급은 세기 쉽고 도달은 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논의는 공급 쪽으로 쏠립니다.
주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구조는 자기부담이 들어가는 모든 정책에서 반복됩니다.
자산형성 지원은 매달 일정액을 넣을 수 있어야 받습니다. 넣을 여유가 없으면 지원도 없습니다. 매칭 방식은 정의상 낼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갑니다.
교육·훈련 지원은 시간을 낼 수 있어야 받습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없으면 무료여도 못 갑니다.
그래서 ’보편이냐 선별이냐’라는 오래된 논쟁이 자주 헛도는 것 같습니다. 보편으로 설계해도 자기부담이 있으면 결과는 선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선별은 정부가 아니라 잔고가 합니다. 그리고 잔고가 하는 선별은 정책 문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 이용률이 낮은 이유가 자기부담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정보를 몰라서,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 대기 기간이 길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자기부담이 큰 몫을 한다고 봤지만 그 비중을 재지는 못했습니다.
- 1분위 청년의 주거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분석 대상이 1인 가구라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빠지지만, 그래도 고시원이나 비주택 거처처럼 애초에 정책 대상이 되기 어려운 곳에 사는 비율이 높다면 이용률이 낮은 이유가 달라집니다.
- 인과가 반대일 수 있습니다. 정책을 이용한 덕분에 소득이 올라가 상위 분위로 옮겨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 시점의 조사로는 구분되지 않습니다.
- 두 자료의 시점과 표본이 다릅니다. 이용률은 2024년 주거실태조사, 주거비 부담은 2022년 조사 기반 분석입니다. 나란히 놓았지만 같은 모집단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년 주거정책이 실패했다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정책을 이용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효과가 필요도와 반대 방향으로 분포한다는 것입니다.
Q. 자격 요건을 더 낮추면 되지 않나요?
이미 90%가 해당됩니다. 더 낮춰도 걸리는 것이 자격이 아니라 자기부담이라면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Q.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글은 처방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방향은 하나 분명해 보입니다. 자기부담을 줄이는 방식(보증금 자체를 지원하거나,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임대를 늘리거나)과 자격을 넓히는 방식은 효과가 전혀 다릅니다. 지금까지 주로 쓰인 것은 뒤쪽입니다.
Q. 청년만 그런가요?
같은 저소득 임차가구 안에서 비교했을 때 청년의 중첩 수혜율이 4.5%로 가장 낮았습니다. 중장년 31.1%, 노년 27.1%입니다. 다만 이 차이가 제도 설계 때문인지, 신청 행태 때문인지는 이 자료만으로 갈라내기 어렵습니다.
6.2%와 21.1% 사이
문턱을 낮추면 더 많은 사람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문 안쪽에 계단이 있으면, 낮아진 문턱은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사람에게만 열립니다.
청년 주거정책의 이용률이 소득순으로 정확히 줄을 서 있는 것은 그 계단의 모양입니다. 6.2%와 21.1% 사이의 거리는 자격의 거리가 아니라 잔고의 거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문의 너비는 세고 있지만, 계단의 높이는 세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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