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해력 14점 하락, OECD 평균은 15점 하락
PISA 2025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 점수가 501점으로 14점 떨어졌습니다. 교육부는 숏폼과 SNS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같은 자료에서 OECD 평균은 15점 떨어졌고 한국 안에서는 최하위 구간이 17.8%로 늘었습니다.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가 청구서를 가정에 보낼지 재정에 보낼지 정합니다.

목차 · 8개 단락
9월 8일 발표된 PISA 2025에서 한국 학생의 읽기 점수는 501점입니다. 2022년 515점에서 14점 떨어졌습니다. 수학은 5점, 과학은 2점 하락했습니다.
교육부는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최근 디지털 매체 활용 증가, 숏폼 콘텐츠와 SNS 유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낯익은 설명입니다. 그런데 같은 발표 자료 안에 이 설명과 잘 맞지 않는 숫자가 네 개 있습니다. 먼저 OECD 평균이 15점 떨어졌습니다. 한국보다 1점 더 큰 하락이고, 이번 조사에 참여한 91개국도 대부분 함께 내려갔습니다. 한국 청소년의 숏폼 이용으로는 그 나라들이 같은 시기에 떨어진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 안에서 실제로 움직인 것도 평균이 아니라 분포입니다. 읽기 최하위 구간 학생이 2022년 14.7%에서 17.8%로 늘고, 최상위는 13.3%에서 10.3%로 줄었습니다. 원인을 숏폼에 두면 해야 할 일은 가정에서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쪽이고, 교사 부족이나 팬데믹 결손에 두면 예산과 인력이 드는 쪽입니다. 같은 하락에 청구서가 다른 곳으로 갑니다.
하나. 한국만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PISA는 OECD가 3년마다 세계 각국의 만 15세 학생에게 같은 문제를 풀게 해 읽기·수학·과학 실력을 비교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입니다. 이번에는 91개국 76만 명이 대상이었고, 한국에서는 196개교 6859명이 참여했습니다.
515점 → 501점
476점 → 461점
한국은 OECD 평균보다 덜 떨어졌습니다. 순위로는 OECD 38개국 중 읽기 1위에서 9위 사이, 91개국 전체에서 3위에서 13위 사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원인을 한국 청소년의 숏폼 이용으로 설명할 경우 나머지 90개국이 동시에 떨어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마다 다른 원인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작동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 같은 학생들이 디지털 영역에서는 최상위입니다
PISA 2025에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이라는 영역이 새로 들어갔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여기서 538점을 받아 OECD 국가 중 2위에서 5위 사이에 올랐습니다.
디지털 매체 이용이 읽기를 떨어뜨렸다는 설명이 맞다면, 같은 학생들이 디지털 역량에서 최상위권인 결과는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셋. 평균이 내려간 게 아니라 분포가 벌어졌습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정보 하나를 찾아내는 정도는 되지만, 글의 짜임을 파악하거나 흩어진 내용을 연결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수준
전체가 고르게 내려간 것이 아닙니다. 바닥이 두꺼워지고 꼭대기가 얇아졌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숏폼과 SNS는 계층을 가리지 않고 소비됩니다. 형편이 좋은 집 아이도 보고 어려운 집 아이도 봅니다. 모두에게 비슷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라면 분포 전체가 평행하게 내려가야 합니다.
격차가 벌어졌다면, 그 차이를 만든 무언가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넷. 하락이 숏폼보다 먼저 시작됐습니다
최하위 비율을 시간순으로 다시 보십시오. 2012년 7.6%, 2022년 14.7%, 2025년 17.8%입니다.
2012년에서 2022년 사이에 이미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 10년의 상당 부분은 숏폼 플랫폼이 자리 잡기 전입니다. 숏폼이 최근의 하락을 가속했을 수는 있어도, 시작점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그럼 무엇이 원인인가
OECD 보고서와 각국 분석이 함께 꼽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결석 증가와 즐거움을 위한 독서 감소가 함께 언급됩니다. OECD 전체로 보면 읽기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28점 떨어졌고 수학은 22점 떨어졌습니다. 10년에 걸친 흐름입니다.
이 요인들 가운데 교사 부족은 앞서 본 세 번째 숫자와 맞아떨어집니다. 부족이 불리한 학교에 몰려 있으니, 결과도 아래쪽에서 더 크게 나타납니다. 숏폼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격차 확대가 여기서는 설명됩니다.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가 청구서를 누구에게 보낼지 정합니다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입니다.
숏폼 원인론에는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원인이 하나이고, 대책이 분명하고, 그 대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행동을 겨냥합니다. 휴대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독서 교육을 늘리면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자료가 함께 가리키는 다른 요인들은 성격이 다릅니다. 교사 부족, 팬데믹 결손 회복, 교실 내 기기 관리, 학교 간 격차. 이것들은 전부 예산과 인력이 드는 문제입니다.
같은 하락에 대해 두 설명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청구서를 보냅니다. 앞의 설명이 맞으면 가정이 감당하고, 뒤의 설명이 맞으면 재정이 감당합니다.
그래서 원인 진단은 기술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원인이 여러 개일 때, 어느 것이 대표로 지목되는지는 자료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숏폼이 무관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OECD도 화면 이용 시간 증가와 즐거움을 위한 독서 감소를 요인으로 꼽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그것이 단독 설명으로는 자료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 영향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둘째, 저는 원인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교사 부족이 격차 확대와 맞아떨어진다고 썼지만, 이는 두 사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뜻이지 인과가 증명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PISA는 상관을 보여주는 조사이고 인과를 판정하는 설계가 아닙니다.
셋째, 점수 차이의 크기를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합니다. 14점이나 15점이 실제 학습 수준에서 얼마만큼인지는 별도의 환산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한국과 OECD의 하락 폭이 비슷하다는 비교에만 이 숫자를 썼습니다.
넷째, 2012년과 2025년의 조사 방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PISA는 주기마다 문항과 시행 방식이 조금씩 바뀝니다. 장기 추세를 볼 때는 이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다섯째, 발표 당일 자료로 썼습니다. 국가별 상세 분석과 국내 후속 자료가 나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래서 한국 학생 문해력은 나빠진 건가요? 측정된 점수는 떨어졌습니다. 다만 순위는 여전히 상위권이고, 하락 폭은 OECD 평균보다 작습니다. 「나빠졌다」와 「다른 나라보다 나빠졌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숏폼을 규제하면 점수가 올라가나요? 알 수 없습니다. 숏폼이 요인 중 하나라 해도, 앞서 본 격차 확대와 시작 시점은 다른 요인을 함께 가리킵니다. 한 가지만 바꿔서 되돌릴 수 있는 상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Q. 다른 나라는 다 떨어졌나요? 대부분 떨어졌습니다. 다만 싱가포르, 일본, 영국, 캐나다는 상대적으로 잘 버텼고 미국은 순위가 오히려 올랐습니다. 미국의 경우 점수가 올라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가 더 떨어져서입니다.
Q. 「1수준 이하」가 무슨 뜻인가요? PISA가 나눈 읽기 성취수준의 최하위 구간입니다. 단순한 정보를 찾아내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글의 구조를 파악하거나 여러 정보를 연결하는 과제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수준으로 설명됩니다.
Q. 그럼 AI 챗봇은요? OECD는 이번 발표에서 SNS보다 이쪽을 짚었습니다. 숙제에 AI 챗봇을 쓰지 않는 학생이 쓰는 학생보다 대체로 점수가 높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도 두 사실이 같이 나타났다는 관찰이라, 챗봇이 점수를 떨어뜨렸다고 읽으려면 별도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띈 숫자는 14점이 아니라 17.8%라고 생각합니다. 읽기 최하위 구간에 있는 학생이 2012년 7.6%에서 그만큼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최상위는 줄었습니다.
평균이 내려갈 때와 격차가 벌어질 때는 필요한 대책이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두 번째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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