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이 중국에 닿은 경로 — 지분 33%와 6주짜리 규칙

2024년 4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나간 첨단 기술 제품이 약 56억 달러입니다. 수출한 미국 법인의 지분 33%는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 몫이고, 규제는 50%부터 걸립니다. 그 50% 규칙은 시행 6주 뒤부터 1년간 유예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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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랙이 양쪽으로 늘어선 데이터센터 통로.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서버랙이 양쪽으로 늘어선 데이터센터 통로.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7개 단락
  1. 33%는 우연히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2. 그 50% 규칙은 지금 작동하지 않습니다
  3. 기준선이 세 번 옮겨졌습니다
  4. 기준이 옮겨갈수록 확인 비용이 올라갑니다
  5.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협상 대상입니다
  6. 그리고 그 값은 지키는 쪽이 냅니다
  7.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2024년 4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약 56억 달러어치의 첨단 기술 제품이 미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됐습니다. 그중 30억 달러 이상은 엔비디아 블랙웰 칩을 탑재한 컴퓨터였고, 동남아에 도착한 뒤 중국의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에 최종 인도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뉴욕타임스 보도를 아시아타임스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수출한 미국 법인 에이브레스의 지분 33%는 중국 인스푸르 그룹이 갖고 있습니다. 인스푸르는 미국 수출통제 명단에 올라 있는 기업입니다.

33%라는 지분율에는 기준선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명단에 오른 기업이 50% 이상을 소유한 해외 법인까지 같은 규제를 자동으로 받게 하는 규칙이 있고, 33%는 그 선 바로 아래입니다. 그런데 이 규칙은 2025년 9월 29일 시행된 뒤 6주 만에, 11월 10일부터 1년간 유예됐습니다.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의 일부로 발표한 조치입니다. 규칙의 내용만 읽으면 이 사안은 규제가 뚫린 이야기가 되지만, 그 규칙이 켜져 있던 기간까지 같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33%는 우연히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수출한 회사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서버 제조업체 에이브레스입니다. 중국 인스푸르 그룹과 연결된 회사인데, 인스푸르 그룹은 2023년 3월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올랐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인스푸르 자회사 6곳이 추가로 명단에 올랐는데, 에이브레스는 거기 없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스푸르가 보유한 에이브레스 지분은 **33%**입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는 통칭 50% 규칙이라 불리는 제도가 있습니다. 산업안보국은 어떤 기술과 물건을 어느 나라에 팔 수 있는지를 정하고 허가를 내주는 부서입니다.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기업이 50% 이상을 소유한 해외 법인은, 그 법인 자체가 명단에 없어도 같은 규제를 자동으로 받게 하는 규정입니다. 정식 명칭은 ’계열사 규칙’이고 2025년 9월 29일 시행됐습니다.

이 규칙이 겨냥한 것이 바로 지금 같은 구조입니다. 명단에 오른 모회사가 명단에 없는 자회사를 통해 물건을 사는 경로 말입니다.

33%는 그 선 바로 아래입니다.

여기까지가 보도된 내용이고, 흔히 「규제에 구멍이 있다」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 더 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50% 규칙은 지금 작동하지 않습니다

시행 6주 뒤인 2025년 11월 10일부터 이 규칙은 1년간 유예됐습니다. 백악관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의 일부로 발표한 조치입니다.

규칙과 회피가 오간 순서
2023. 3
인스푸르 그룹, 수출통제 명단 등재
2024. 4
에이브레스의 동남아 수출 시작 (보도 기준)
2025. 3
인스푸르 자회사 6곳 추가 등재. 에이브레스는 제외
2025. 9. 29
50% 규칙(계열사 규칙) 시행
2025. 11. 10
50% 규칙 1년 유예. 미중 무역 합의의 일부
2026. 2
보도된 수출 기간의 끝
2026. 5. 31
산업안보국(BIS) 지침 변경. 목적지 기준에서 소유권 기준으로

그러니 이 사안은 「막으려 했는데 뚫렸다」와 조금 다릅니다. 막을 규칙을 만들었다가, 6주 만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려놓았습니다.

기준선이 세 번 옮겨졌습니다

시간을 넓혀 보면 미국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는지가 세 번 바뀌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막을 것인가
① 목적지 기준
칩이 중국에 물리적으로 도착하는가. 확인 방법: 세관과 선적 서류.
뚫린 방식: 동남아를 최종 목적지로 신고한 뒤 그곳에서 다시 넘김
② 소유권 기준
사는 회사의 최종 모회사가 중국계인가. 확인 방법: 지분 구조 서류.
뚫린 방식: 지분율을 기준선 아래로 낮춤
③ 접속 기준
칩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가. 확인 방법: 아직 제도화되지 않음.
현재 상태: 원격접속보안법이 하원을 369대 22로 통과했고 상원 심의 중

세 번째가 이 사안의 진짜 문제입니다. 칩을 동남아 데이터센터에 두고 중국에서 원격으로 접속해 연산만 빌려 쓰면, 칩은 국경을 넘지 않습니다. 수출통제는 이름 그대로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인데, 클라우드는 수출 없이 사용을 가능하게 합니다.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원격접속보안법은 바로 이 구멍을 겨냥합니다. 칩을 직접 살 수 없는 해외 기업이 그 칩이 놓인 해외 데이터센터의 연산력을 원격으로 빌리는 것까지 허가 대상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입니다. 아직 상원과 대통령 서명이 남아 있습니다.

기준이 옮겨갈수록 확인 비용이 올라갑니다

세 기준을 나란히 놓으면 한 방향이 보입니다.

목적지는 세관에서 확인합니다. 소유권은 서류를 추적해서 확인합니다. 접속은 누가 쓰는지를 계속 지켜봐야 확인됩니다.

문이 열린 채 비어 있는 데이터센터 서버랙 여러 대
시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사람이 가서 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실제로 지금 벌어지는 일이 그렇습니다. 엔비디아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일본에서 현장 실사를 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전력 용량이 신고한 규모와 맞는지, 구매 계약이 실재하는지 확인하고, 시설 운영 담당자를 인터뷰까지 합니다. 그 결과 2026년 7월 기준으로 아시아에서 엔비디아 첨단 칩을 살 수 있었던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자격을 잃었습니다.

경유국들도 움직였습니다. 말레이시아는 2025년 7월 14일 지침을 내려, 해당 칩을 옮기려면 최소 30일 전에 통상산업부에 신고하고 허가 여부를 기다리도록 했습니다. 2026년 6월 5일에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약 1300만 달러어치 서버 72대가 압수됐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관련 기업 대표가 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됐고, 5500만 싱가포르달러(약 570억 원)짜리 저택이 몰수됐습니다.

수출통제가 서류 심사에서 현장 실사 산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협상 대상입니다

여기가 이 사안에서 가장 짚고 싶은 대목입니다.

50% 규칙은 시행 6주 만에 유예됐습니다. 규칙이 약해서가 아니라 강해서 그렇습니다. 상대가 아파하는 규칙일수록 협상에서 값이 나갑니다. 그리고 값이 나가는 물건은 테이블에 올라갑니다.

9월 중순 미중 인공지능 안전 협상이 예정돼 있고, 9월 24일에는 시진핑 주석의 백악관 방문이 잡혀 있습니다. 이번 보도가 그 직전에 나왔습니다.

수출통제는 기술 정책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협상 자산에 가깝게 운용됩니다. 그래서 「구멍을 막았다」는 소식과 「막은 것을 유예했다」는 소식이 같은 해에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값은 지키는 쪽이 냅니다

한국 이야기를 짧게 덧붙이겠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는 인공지능 연산용 칩에 바로 붙여 쓰는 고성능 메모리로,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듭니다. 이 제품이 2024년 12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대상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은 인공지능 연산 능력을 개별 칩이 아니라 연산 칩과 메모리, 연결이 결합된 시스템 단위로 보고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메모리를 만드는 쪽도 이 판 안에 있습니다.

규칙이 자주 바뀌고 자주 유예되는 환경에서 비용을 치르는 쪽은 정해져 있습니다. 실사를 하고, 고객을 걸러내고, 계약을 검증하는 비용은 규칙을 지키려는 기업이 냅니다. 회피하는 쪽은 그 비용을 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규칙이 유예되면, 지킨 쪽이 미리 지출한 비용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건 통제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통제의 실효성과 별개로, 통제의 비용은 처음부터 비대칭으로 배분된다는 뜻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지분 33%가 규제 회피를 위한 조정이었는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보도된 것은 지분율이 33%라는 사실과 50%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실을 잇는 의도는 저를 포함해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에이브레스는 2023년 중간 보고서에서 완전자회사로 표기됐다가 이후 자매사로 관계가 바뀐 것으로 전해집니다.

둘째, 56억 달러의 최종 행선지가 전부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보도에 따르면 30억 달러 이상이 중국 기업에 도달했습니다. 나머지 금액의 경로는 이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셋째, 유예 기간에도 남아 있는 규제가 있습니다. 계열사 규칙이 유예됐다는 것이 인스푸르 그룹 자체에 대한 제재가 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모회사는 여전히 명단에 있고, 2026년 5월 지침으로 소유권 기준 심사도 도입됐습니다. 이 글은 하나의 규칙이 유예됐다는 사실을 짚은 것입니다.

넷째, 엔비디아의 입장을 함께 적어 둡니다. 회사는 “제품 우회를 지지하지 않으며, 수출통제 준수를 확인한 파트너에게만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다섯째, 원격 접속 문제의 규모를 저는 모릅니다. 법안이 겨냥하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것은 확인되지만, 실제로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 사안을 「두더지잡기」로 부르면 한 가지가 가려집니다. 두더지잡기는 잡으려는데 못 잡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서 벌어진 일은 조금 다릅니다. 잡을 수 있는 규칙이 만들어졌고, 6주 뒤 다른 협상의 대가로 1년간 내려놓였습니다. 그동안 기준선은 목적지에서 소유권으로, 다시 접속 권한으로 옮겨가고 있고, 옮겨갈 때마다 확인에 드는 비용이 올라갑니다.

기준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기술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선을 언제 지울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사색가 J

공개된 자료를 놓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습니다. 의견이나 정정 요청은문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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