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219원 하락, 한미 금리차로는 설명이 안 된다
두 달 남짓 사이 원·달러 환율이 218.8원 빠졌습니다. 같은 기간 한미 금리차가 좁혀진 폭은 0.5%포인트뿐입니다. 나머지를 메운 것은 8월 무역흑자 347.5억 달러와 반도체 수출 467억 달러였고, 원유 수입 단가가 26% 오르는 동안 국내 체감이 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목차 · 8개 단락
두 달 남짓한 사이에 원·달러 환율에서 218.8원이 빠졌습니다. 7월 1일 서울 외환시장 종가 1554.9원은 2009년 3월 이후 17년 3개월 만의 최고치였고, 9월 9일 오후 3시 30분 기준은 1336.1원입니다.
환율이 이렇게 움직이면 설명은 대개 한미 금리차로 돌아갑니다.
같은 기간 금리차가 좁혀진 폭은 0.5%포인트뿐입니다. 방향은 맞지만 219원이라는 크기와는 맞지 않습니다. 나머지를 메운 것은 8월 무역흑자 347.5억 달러와 그 안의 반도체 수출 467억 달러, 그리고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서 끌어온 265억 달러였습니다. 이 구분은 기름값에서 바로 드러납니다. 8월 원유 수입 단가가 26% 올랐는데도 국내에서 체감하는 인상 폭이 달러 기준보다 작았던 것은 그사이 원화가 강해졌기 때문이고, 그 완충재를 만들어 내는 쪽은 반도체 한 품목입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반도체 주기가 정합니다.
같은 기간에 금리차는 얼마나 움직였나
환율 기사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설명은 대개 한미 금리차입니다. 미국 금리가 높으면 달러로 돈이 몰리고 원화가 약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금리차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한국은행은 7월에 3년 6개월 만의 인상을 했고, 8월 27일에 한 번 더 올렸습니다. 두 회의 연속 인상입니다. 8월 결정은 시장 예상을 벗어난 쪽이었습니다. 직전까지 동결 전망이 우세했고, 실제 표결에서도 황건일 위원이 2.75% 유지 의견을 냈습니다.
연준은 같은 해에 다섯 번 연속으로 3.50~3.75%를 유지했습니다.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에서 최대 0.75%포인트로 좁혀졌습니다. 폭으로는 0.5%포인트입니다.
방향은 교과서대로입니다. 금리차가 줄었으니 원화가 강해질 이유가 있습니다. 어긋나는 것은 크기입니다. 0.5%포인트로 219원을 설명하려면, 정책금리 0.1%포인트가 환율 44원어치를 움직인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 계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머지를 메운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먼저, 「동결」의 반대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7월 1일 기사가 환율 급등 원인으로 꼽은 것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대.
인하가 미뤄진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올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올해 연준의 동결은 인하를 미루는 종류가 아닙니다. 7월 29일 회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표결은 9 대 3이었고, 반대한 세 명(해맥, 카시카리, 로건)은 전원 0.25%포인트 인상을 원했습니다. 연준은 석 달에 한 번,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상하는 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공개합니다. 이 표를 점도표라고 부릅니다. 6월 점도표에서는 위원 아홉 명이 연내 인상을 전망했습니다. 3월에는 그 숫자가 0명이었습니다.
8월 28일 잭슨홀에서 신임 의장 케빈 워시는 물가를 두고 중앙은행에 “할 일이 남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이 반영한 9월 인상 확률이 그날 이후 절반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9월 3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은 그 흐름을 되돌린 쪽입니다. 그는 3개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2월 4.76%에서 꾸준히 내려왔다는 점을 들며, “이 흐름이 앞으로 2주간 나올 데이터에서도 이어진다면 금리 유지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건부입니다. 그리고 그 조건이 어긋나면 무엇을 검토할지도 함께 말했습니다. 인상입니다.
발언 이후 시장이 반영한 9월 인상 확률은 30% 안팎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두 달 동안 원화를 눌렀다가 놓아준 힘은 미국의 완화 지연이 아닙니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었고, 그 가능성이 커졌다 줄어든 것입니다. 「동결 전망 확산」이라는 문장이 국내에서는 완화 신호로 읽히기 쉽지만, 지금 워싱턴에서 그 문장의 뜻은 인상을 피할 것 같다는 쪽입니다.
이것으로 환율 방향은 설명됩니다. 크기는 아직입니다.
8월 무역통계를 열어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8월 수출입 동향에 이런 숫자가 있습니다.
반도체 한 품목이 467억 달러입니다. 전체 수출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1년 전 같은 달의 세 배가 넘습니다.
무역흑자 347.5억 달러는 그 달에 한국으로 들어온 달러가 나간 달러보다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 달러는 대부분 원화로 바뀝니다. 수출기업이 대금을 받아 국내에서 쓰려면 환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9월 7일 기사에서 환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 「수출업체 달러 매도」가 이 과정입니다.
여기에 한 건짜리 큰 유입이 겹쳤습니다. SK하이닉스가 7월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를 상장했습니다. 한국 주식을 미국에서 사고팔 수 있게 바꿔 놓은 증서인데, 이걸 주당 149달러에 팔아 2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조 원을 끌어왔습니다. 한 달 무역흑자에 육박하는 금액이 자본 경로로 별도로 들어온 셈입니다.
금리차 0.5%포인트가 못 메운 자리를 메운 것이 이쪽입니다. 달러가 금리를 따라 들어온 것이 아니라 물건과 주식을 따라 들어왔습니다.
원화만의 사정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야 공정합니다. 7월 1일 기사와 9월 7일 기사에 똑같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엔화입니다.
7월에는 엔화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화가 함께 밀렸습니다. 9월에는 미국의 엔저 시정 압박과 일본의 대규모 개입으로 엔화가 강해지자 원화도 같이 올라섰습니다.
원화는 원화 사정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시아 통화가 한 덩어리로 취급되는 구간이 있고, 지난 두 달은 그 구간에 걸쳐 있었습니다. 219원 중 얼마가 엔화 몫인지 저는 분해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통계에 반대 방향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8월 원유 수입액은 83억 달러로 21.2% 늘었습니다. 그런데 들여온 물량은 3% 줄었습니다.
덜 사 왔는데 더 냈다는 뜻입니다. 수입 단가가 26% 올랐기 때문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를 보면 브렌트유는 8월 월평균 91달러로 7월보다 배럴당 7달러 올랐습니다. 올해 들어 세계 석유 재고가 4억 배럴 줄었고, 중동 분쟁으로 역내 수출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에너지정보청의 설명입니다. 9월 초 현물 가격은 100달러 선에 근접했습니다.
연준이 7월 성명에 이렇게 적어 둔 것도 이 대목과 연결됩니다. 물가가 목표보다 높은 이유에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공급 충격”이 있다는 문장입니다.
여기서 환율의 역할이 한 번 더 나옵니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합니다. 단가가 26% 오르는 동안 원화가 강해졌으므로, 국내에서 체감하는 원화 기준 인상 폭은 달러 기준보다 작습니다. 지금의 원화 강세는 반도체가 벌어들인 달러가 유가 충격을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구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완충재를 만들어 내는 쪽이 반도체 한 품목이라는 점입니다.
9월 16일에 확인할 것
연준 회의는 9월 15~16일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는 그보다 앞서 나옵니다. 월러가 “앞으로 2주간 나올 데이터”라고 한 것이 이 발표입니다.
결정 자체는 하루면 알 수 있습니다. 그보다 오래 쓸모 있는 정보는 따로 있습니다.
반대표가 몇 장이고 어느 방향인지입니다. 7월에는 세 장이 전부 인상 쪽이었습니다. 이 숫자가 늘면 동결이 유지되더라도 다음 회의의 문턱이 낮아진 것이고, 줄면 인상 논의가 식은 것입니다. 점도표에서 연내 인상을 전망한 위원 수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6월에 아홉 명이었습니다.
한국 쪽에서는 시장이 향후 6개월 내 두 차례 추가 인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3년 뒤 갚기로 하고 발행한 국채의 시장 금리가 3.8%까지 올랐습니다. 이 금리에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 미리 반영됩니다. 지금 수치는 시장이 그 종착점을 3.5%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 스스로 어디까지 보는지가 이 기대와 어긋나면, 채권과 환율이 함께 움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차 설명이 틀렸다는 말인가요? 방향은 맞았습니다. 금리차가 좁혀졌고 원화가 강해졌으니 부호는 일치합니다. 다만 0.5%포인트라는 폭으로 219원이라는 폭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의 변수로 환율을 설명하는 습관이 올해 특히 잘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Q. 환율이 내려가면 좋은 것 아닌가요? 쪽마다 다릅니다. 원유·가스·곡물을 사 오는 쪽은 부담이 줄고, 달러로 받아 원화로 바꾸는 수출기업은 같은 물량에 받는 원화가 줄어듭니다. 지금은 수출 규모 자체가 커진 국면이라 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Q.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환율이 다시 튀나요? 그렇게 볼 근거가 있습니다. 7월 1일의 1554.9원을 만든 힘이 인상 기대였으니까요. 다만 그때는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던 시기였고 지금은 순매수가 들어오는 시기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같은 크기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가장 약한 고리는 219원의 요인별 몫을 제가 나누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무역흑자, 예탁증서 조달, 엔화 동조, 금리차 축소, 외국인 순매수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작용했습니다. 어느 것이 얼마인지는 이 글이 답하지 못합니다. 만약 엔화 몫이 대부분이라면 이 글의 무게중심은 잘못 놓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한 번만 일어난 일도 섞여 있습니다. 265억 달러 예탁증서 조달이 그렇습니다. 반복되는 유입이 아니므로, 이 요인으로 설명되는 부분은 앞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209% 증가를 앞으로도 이어질 흐름으로 읽으면 위험합니다. 이례적인 값입니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3.3%로 올린 것도 이 흐름을 반영한 것인데, 흐름이 꺾이면 전망도 환율도 같이 움직입니다.
뒤집힐 수 있는 전제가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유가입니다. 에너지정보청은 2027년 브렌트 평균을 74달러로 보고 있습니다. 생산이 늘고 재고가 회복된다는 전제입니다. 중동 상황이 이 전제를 바꾸면 완충재 이야기 전체가 다시 계산돼야 합니다.
환율 기사를 읽을 때 저는 오랫동안 금리차를 먼저 봤습니다. 미국이 정하고 한국이 따라가는 순서가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그 순서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에 두 번 올리는 동안 연준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원화는 강해졌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달러를 한국으로 밀어 넣은 것은 금리 계산이 아니라 배에 실린 반도체였습니다.
이 상태가 얼마나 갈지는 반도체 주기가 정합니다. 통화정책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9월 16일 연준 회의 결과보다, 다음 달 1일 수출입 동향 발표를 저는 더 눈여겨보려 합니다.
- 원·달러 환율, 9.5원 내린 1336.1원아시아경제 · 2026년 9월 9일
- 원·달러 환율, 올 들어 최저치…2년 만에 장중 1330원대아시아경제 · 2026년 9월 7일
- 또 또 또… 환율 연일 최고치, 1560원도 위협서울신문 · 2026년 7월 1일
- 2026년 8월 수출입 동향산업통상자원부 · 2026년 9월 1일
- [전문] 금리 3%로 '백투백' 인상…"선제적 대응으로 물가 상승 방지"아주경제 · 2026년 8월 27일
-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July 29, 2026)Federal Reserve · 2026년 7월 29일
- Speech by Governor Waller on the economic outlookFederal Reserve · 2026년 9월 3일
- H.15 Selected Interest Rates (Daily)Federal Reserve · 2026년 9월 9일
- Short-Term Energy Outlook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 2026년 9월 1일
- Jackson Hole analyst roundup: Warsh's speech sends hike chances higherCNBC · 2026년 8월 31일
- Odds of Fed Rate Hike This Year Fall as Goldman Sachs Warns Against Hawkish BetsYahoo Finance · 2026년 9월 1일
- SK하이닉스, 美 ADR 공모가 149달러 확정…265억달러 조달인베스트조선 · 2026년 7월 10일
이 블로그의 글은 공개된 자료만을 근거로 씁니다. 개인 자격으로 운영하며 어떤 조직의 입장과도 무관하고, 비공개 정보나 취재원에 관한 정보는 다루지 않습니다. 운영 원칙 보기
이어서 읽을 글
엔비디아 자사주 매입 2350억 달러, 쓴 돈이 아니라 남은 한도다
엔비디아 이사회가 9월 28일 자사주 매입 승인액을 1500억 달러 늘렸습니다. 직전 분기 공시의 잔여 한도 990억 달러와 새 총액 2350억 달러를 맞춰 보면 그 사이 두 달 동안 실제로 사들인 금액은 140억 달러입니다. 매입 승인에는 기한도 의무도 붙지 않아서, 쓴 돈은 발표문이 아니라 다음 분기 공시의 잔여 한도 칸에 적힙니다.
도서정가제 할인 15%, 현금으로 깎는 금액은 딱 10%까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9월 16일 2027년 출판 예산 645억 원을 편성하며 지역서점 지원을 75억 원에서 138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책값 할인 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가의 15% 가운데 값에서 깎아 주는 금액은 10%까지고, 남은 5%는 현금이 아니라 적립금과 사은품으로 채웁니다.
조선소 인력난, 상시 고용 하청의 시급은 단기 작업팀의 57.6%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조선소 하청업체 456곳 조사에서 상시 고용된 생산직의 시급은 1만2019원, 그때그때 불려 오는 단기 작업팀은 2만862원이었습니다. 같은 반년 동안 상시직은 8313명이 들어오고 4868명이 나갔습니다. 인력난 기사에서는 외국인 정원 숫자가 먼저 보이지만, 사람이 모자란 이유를 보려면 들어온 사람이 남아 있는 비율을 봐야 합니다.
D램 점유율 3.9%포인트 잃은 SK하이닉스, 같은 분기 매출은 37.9% 증가
2026년 2분기 세계 D램 매출은 1547억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59.5% 늘었습니다. 일곱 회사 모두 매출이 늘었고, 시장 평균보다 덜 오른 곳의 점유율만 내려갔습니다. 점유율은 나눗셈이어서 분모가 더 빨리 커지면 매출이 늘어도 몫은 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