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점유율 3.9%포인트 잃은 SK하이닉스, 같은 분기 매출은 37.9% 증가
2026년 2분기 세계 D램 매출은 1547억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59.5% 늘었습니다. 일곱 회사 모두 매출이 늘었고, 시장 평균보다 덜 오른 곳의 점유율만 내려갔습니다. 점유율은 나눗셈이어서 분모가 더 빨리 커지면 매출이 늘어도 몫은 작아집니다.

2026년 2분기 세계 D램 매출은 1547억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59.5% 늘었습니다. 중국 CXMT는 매출 146억 달러로 점유율 9.5%를 기록해 4위에 올랐습니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28.8%에서 24.9%로 떨어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입니다. 두 줄을 이어 붙이면 중국이 올라오고 한국 기업이 자리를 내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같은 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은 280억 달러에서 386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증가율 37.9%입니다. 점유율은 나눗셈입니다. 분자가 37.9% 커지는 동안 분모인 시장 전체가 59.5% 커졌으니 몫은 작아집니다. 「점유율 몇 %포인트 하락」이라는 제목 아래에서 찾아야 할 숫자는 그 분기 시장 전체의 성장률입니다.
같은 분기에 모두가 늘었습니다
2분기에 매출이 줄어든 D램 회사는 없습니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일곱 곳 모두 직전 분기보다 매출이 늘었습니다.
점유율이 오르고 내리는 기준은 이 테두리 막대입니다. 시장 전체보다 빠르게 늘면 점유율이 오르고, 느리게 늘면 떨어집니다. 매출이 늘었는지 줄었는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점유율이 움직인 폭
같은 자료를 점유율 변화로 다시 그리면 이렇게 됩니다.
SK하이닉스가 내준 3.9%포인트는 CXMT 1.9, 삼성전자 0.9, 마이크론 0.9로 갈라졌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분기에 「중국에 빼앗긴 점유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몫은 1.9%포인트이고, 나머지 절반은 미국과 한국의 다른 두 회사로 갔습니다.
SK하이닉스만 덜 오른 이유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의 증가율이 낮았던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했습니다. 상위 세 회사 가운데 HBM이 전체 출하 비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서 평균 판매단가가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것입니다.
용어를 풀면 이렇습니다. HBM은 D램 칩을 여러 층 쌓아 올려 AI 서버용으로 만든 고부가 메모리입니다. 「비트」는 메모리 업계에서 쓰는 물량 단위로, 몇 개를 팔았는지가 아니라 용량을 몇 기가비트 팔았는지를 셉니다. 칩 크기가 제각각이라 개수로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파는 방식입니다. HBM은 고객사와 한 해 단위로 물량과 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공급합니다. 범용 D램은 대체로 분기 단위로 계약가를 다시 정합니다. 2026년 들어 범용 D램 계약가는 1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93%에서 98% 올랐습니다. 값이 이렇게 뛰는 국면에서는 매번 새로 값을 매기는 쪽이 유리하고, 연초에 값을 묶어 둔 쪽은 그 상승분을 그 해에 받지 못합니다.
HBM 비중이 가장 높았던 회사가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제품의 비중은 가장 낮았다는 뜻입니다. 지난 2년 동안 HBM 집중은 SK하이닉스의 강점으로 꼽혔습니다. 같은 선택이 이번 분기 점유율 표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업대 위 서버 보드에 메모리 모듈이 줄지어 꽂혀 있고 작업자의 손이 하나를 끼우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CXMT의 9.5%는 어디서 왔나
CXMT의 2분기 매출은 146억 달러로 직전 분기 73억 달러에서 99.3% 늘었습니다. 일곱 회사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습니다.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4% 수준에서 1년 만에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를 두고 상위 세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87%로 내려앉았다고 집계했습니다. 오랫동안 90%를 넘던 수치입니다.
다만 이 회사가 늘린 물량이 어디에 들어갔는지를 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집니다. CXMT는 EUV 노광장비 없이 기존 DUV 장비로 만듭니다. 주력은 DDR4와 DDR5 같은 범용 제품이고, HBM은 시험 생산 단계입니다. 상위 세 회사가 생산 능력을 HBM으로 돌리면서 비운 범용 D램 자리를 채우는 구조입니다. 값이 뛴 시장에 물량을 넣었으니 매출이 두 배가 됐습니다.
카운터포인트는 CXMT의 현재 생산 능력을 월 32만 장, 2027년 목표를 월 42만 장으로 봅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장래 점유율을 두 가지로 나눠 전망합니다. 2028년에 비트 기준 11%, 매출 기준 9%입니다. 2035년에는 비트 기준 20%, 매출 기준 15%로 봅니다.
두 숫자가 벌어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입니다. 파는 용량의 몫보다 버는 돈의 몫이 작다는 것은 같은 1기가비트를 남보다 싸게 판다는 뜻입니다. 추격 속도를 매출 점유율 하나로만 보면 이 간격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점유율이 떨어진 게 나쁜 신호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좋은 신호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 분기 매출이 얼마 늘었느냐와 앞으로 어느 제품이 시장을 끌고 가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점유율 3.9%포인트 하락」이라는 문장 하나에서 매출 감소나 물량 이탈을 읽어 내면 그건 틀린 독해입니다. 판단을 하려면 매출 증가율, 시장 성장률, 제품 구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기관마다 점유율 숫자가 다른 이유는 뭔가요.
트렌드포스는 2분기 CXMT 점유율을 9.5%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0%로 집계했습니다. 두 기관은 조사 대상에 넣는 제품 범위, 매출을 인식하는 시점, 비공개 기업의 추정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0.5%포인트 차이는 이런 방법론 차이에서 나오는 폭입니다. 같은 기관의 숫자끼리 시계열로 비교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HBM 가격을 한 해 단위로 묶는 게 불리하기만 한가요.
값이 오르는 국면에서만 불리합니다. 값이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연간 계약이 방패가 됩니다. 2025년까지 HBM 장기 계약이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 구조는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가격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3분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나요.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 상승률이 13%에서 18%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2분기의 상승 폭에 비하면 크게 낮아집니다. 분모가 덜 커지면 시장 평균보다 덜 오른 회사의 점유율 하락 폭도 줄어듭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1분기 점유율 28.8%와 2분기 24.9%는 같은 기관(트렌드포스)의 분기 자료에서 가져왔습니다. 다만 시장조사기관은 나중에 과거 수치를 소급 수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3.9%포인트라는 차이는 수정되지 않은 현재 공개치를 기준으로 한 값입니다.
둘째, CXMT의 매출과 증가율은 비상장 기간이 길었던 회사에 대한 추정치입니다. 이 회사는 최근 상장했지만 2분기 실적이 공시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상위 세 회사의 숫자보다 오차가 클 수 있습니다.
셋째, HBM 계약 구조에 관한 설명은 트렌드포스의 요약과 업계 통념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개별 회사가 고객사와 맺은 실제 계약의 기간과 조정 조항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연간 계약이라 상승분을 덜 받았다」는 설명은 방향을 가리키는 수준이지, 37.9%와 63.4%의 차이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 구성, 환율, 회계 처리 시점도 함께 작용합니다.
넷째, 범용 D램 계약가 93%에서 98% 상승은 1분기 수치입니다. 2분기 상승률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공개된 자료로 확인하지 못해 적지 않았습니다.
남는 것
이번 분기 표에는 네 회사의 점유율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한 곳은 3.9%포인트를 잃었고 세 곳이 나눠 가졌습니다. 같은 표 옆 칸에는 네 회사 모두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두 줄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점유율은 분모를 공유하는 숫자입니다. 분모가 조용히 있을 때는 점유율 변화가 곧 실적 변화입니다. 분모가 한 분기에 60% 가까이 부풀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 성장률이 적힌 줄을 찾지 못하면 점유율 표는 읽을 수 없는 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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