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빼면 9월 수출은 얼마나 늘었나

9월 1~20일 수출은 714억 달러로 78.3% 늘었고, 그중 반도체가 341억 2800만 달러로 47.8%를 차지합니다. 반도체를 떼어내면 증가율은 22%입니다. 한 품목이 절반이면 전체 증가율은 그 품목의 증가율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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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가 쌓인 부두를 작업자 한 명이 걸어가는 모습.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컨테이너가 쌓인 부두를 작업자 한 명이 걸어가는 모습.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6개 단락
  1. 먼저 조업일수를 맞춰야 합니다
  2. 반도체를 떼어내면 22%입니다
  3. 사는 쪽에서도 반도체입니다
  4. 전망을 올린 기관이 함께 적은 문장
  5. 자주 묻는 질문
  6.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714억 달러였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3% 많고, 9월 중순까지의 기록으로는 역대 최대입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341억 2800만 달러, 전체의 47.8%입니다.

수출이 전방위로 살아난 것처럼 읽힙니다. 절반은 한 품목입니다.

한 품목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때, 전체 증가율은 그 품목의 증가율을 다르게 말한 것에 가까워집니다. 반도체를 떼어내면 22%입니다. 78.3%와 22% 사이에는 조업일수 하루가 더 끼어 있습니다.

먼저 조업일수를 맞춰야 합니다

계산에 들어가기 전에 날짜를 정리해야 합니다.

수출 통계에는 조업일수라는 항목이 붙습니다. 그 기간에 세관이 실제로 물건을 통관시킨 날의 수입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빠집니다. 토요일처럼 오전만 여는 날은 0.5일로 셉니다.

올해 9월 1~20일의 조업일수는 15.5일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16.5일이었습니다. 하루가 적습니다.

일하는 날이 하루 줄었는데 총액은 78.3% 늘었습니다. 하루치로 나누면 증가폭이 더 커집니다. 관세청이 계산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89.8%입니다.

두 숫자가 다르다고 해서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총액은 그 기간에 실제로 나간 물량이고, 일평균은 일하는 날이 같았다면 어땠을지를 맞춰 본 값입니다. 달마다 휴일 수가 달라지는 나라에서는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흐름이 보입니다.

반도체를 떼어내면 22%입니다

공개된 두 숫자에서 지난해 값을 거꾸로 구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총수출 714억 달러가 78.3% 늘어난 값이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은 약 400억 달러입니다. 올해 반도체 341억 2800만 달러가 259.4% 늘어난 값이므로, 지난해 반도체는 약 95억 달러입니다.

지난해 반도체를 뺀 나머지는 약 305억 달러가 됩니다. 올해 반도체를 뺀 나머지는 714에서 341을 뺀 약 373억 달러입니다.

305억에서 373억이면 22%쯤 늘었습니다.

이 역산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위에서 구한 지난해 총액 400억 달러를 조업일수 16.5일로 나누고, 올해 714억 달러를 15.5일로 나눠 비교하면 일평균 증가율이 89.8%로 나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값과 같습니다. 거꾸로 구한 지난해 값이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9월 1~20일 품목별 수출 증감률
반도체
+259.4%
컴퓨터 주변기기
+187.6%
선박
+63.0%
석유제품
+47.8%
승용차
+9.3%
무선통신기기
−0.4%
관세청 잠정치, 전년 동기 대비

품목별로 보면 성격이 더 갈립니다. 컴퓨터 주변기기가 187.6% 늘었는데, 이 항목에는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저장장치가 들어갑니다. 반도체와 같은 수요를 타고 움직이는 품목입니다.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보면 나머지의 증가폭은 22%보다 더 낮아집니다.

무선통신기기는 0.4% 줄었습니다. 승용차는 9.3% 늘었는데, 8월 한 달을 놓고 보면 29.8% 줄었던 품목입니다.

한쪽만 높아진 더미 높이가 맞지 않게 쌓인 상자 더미.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사는 쪽에서도 반도체입니다

수입도 같은 자료에 있습니다. 484억 4000만 달러, 26.7% 늘었습니다. 무역수지는 229억 6600만 달러 흑자입니다.

수입 품목 가운데 반도체가 88.8% 늘었습니다. 반도체를 파는 나라가 반도체를 사기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반도체는 설계하는 곳과 찍어내는 곳과 조립·검사하는 곳이 나라를 넘나들며 나뉘어 있습니다. 한국이 만들지 않는 종류의 칩도 있고, 국내 공장에서 마무리 공정만 거쳐 다시 나가는 물량도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은 55.6% 늘었습니다. 장비를 들여온다는 것은 공장을 늘리거나 공정을 바꾸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지금의 수출이 아니라 1~2년 뒤의 생산 능력에 관한 숫자입니다.

원유는 37.3% 늘고 석유제품은 24.8% 줄었습니다.

전망을 올린 기관이 함께 적은 문장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8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2%, 내년을 2.2%로 고쳤습니다. 5월에 내놓은 숫자보다 각각 0.7%포인트, 0.5%포인트 높입니다. 상품 수출은 올해 8.7%, 내년 5.0% 늘 것으로 봤습니다. 상향 조정의 이유로는 세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전제를 올려 잡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같은 보고서에 이런 문장이 함께 있습니다.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세계의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다른 반도체 생산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면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망을 올린 근거와 하방 위험으로 적은 항목이 같습니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다고 보아 숫자를 올렸고, 그 전제가 틀리면 숫자가 빠르게 내려간다고 적었습니다. 한 품목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면 전망도 그 품목 하나에 걸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수출이 259% 늘었다는 것이 가능한 수치인가요?

메모리 반도체는 값의 오르내림이 다른 공산품보다 훨씬 큽니다. 수출 통계는 수량이 아니라 금액으로 잡히기 때문에, 물량이 그대로여도 가격이 오르면 금액이 크게 뜁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이 가격 바닥에 가까웠다면 배수로 늘어난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8월 전체 실적에서도 반도체는 467억 달러로 209.0% 늘었습니다.

Q. 1~20일 통계는 한 달 실적과 얼마나 다른가요?

관세청의 1~20일 자료는 잠정치이고, 월말에 통관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말일까지 집계하면 값이 달라집니다. 품목 분류 기준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월말에 내는 수출입 동향과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방향을 먼저 보는 용도의 숫자로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지난해 값을 거꾸로 구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것은 올해 금액과 증가율이고, 지난해 금액은 제가 나눗셈으로 얻은 값입니다. 증가율이 소수점 아래에서 반올림돼 있으므로 지난해 총액 400억 달러와 반도체 95억 달러에는 각각 몇 억 달러의 오차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22%라는 값도 20%에서 24% 사이 어딘가로 읽는 편이 맞습니다.

둘째, 컴퓨터 주변기기를 반도체와 같은 수요로 묶었습니다. 이 항목에는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말고도 여러 품목이 들어갑니다.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겹치는 몫이 작다면 “반도체 밖의 증가폭은 더 낮아진다”는 대목은 과장이 됩니다.

셋째, 가격과 물량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수출 금액이 늘어난 것이 더 많이 팔아서인지 비싸게 팔아서인지는 금액 통계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두 경우는 공장 가동률과 고용에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물량 지수는 한국은행과 관세청이 따로 내는데 발표 시점이 뒤늦어 이번 자료와 나란히 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색가 J

공개된 자료를 놓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습니다. 의견이나 정정 요청은문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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