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날, 엔화는 오히려 158엔까지 밀렸다

일본은행이 9월 18일 정책금리를 1.00%에서 1.25%로 올렸고, 같은 날 엔화는 달러당 158.08엔까지 밀렸습니다. 금리를 올린 나라의 돈이 약해졌습니다. 인상 폭만으로는 통화가 어느 쪽으로 갈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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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에 지은 일본 도심의 석조 은행 건물 정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20세기 초에 지은 일본 도심의 석조 은행 건물 정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12개 단락
  1. 9월 18일에 결정된 것
  2. 반대표 두 장이 있었습니다
  3. 같은 날 문서에 적힌 한 문장
  4. 이틀 전에 미국도 올렸습니다
  5. 31년 만의 최고 금리인데 실질로는 마이너스입니다
  6. 채권시장도 같은 쪽으로 읽었습니다
  7. 두 달 전 개입은 여기까지 버텼습니다
  8. 시장은 무엇이 부족하다고 봤나
  9.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
  10. 한국에서 보면
  11. 자주 묻는 질문
  12.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일본은행이 9월 18일 정책금리를 1.00%에서 1.25%로 올렸습니다. 199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같은 날 엔화는 156엔대에서 시작해 장중 달러당 158.08엔까지 밀렸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그 나라 돈의 값이 오른다고들 합니다. 금리가 높은 곳에 돈이 모이니 그 나라 통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설명입니다. 이날은 반대로 갔습니다.

엔화 시세는 「달러당 몇 엔」으로 적습니다. 달러 하나를 사려면 엔을 몇 개 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숫자이니, 이 값이 커지면 엔이 약해진 것입니다. 158.08엔은 엔이 더 필요해졌다는 뜻입니다. 금리를 올린 날 엔이 약해진 이유는 반대표 두 장의 방향과 이틀 전 미국의 결정에 있습니다.

9월 18일에 결정된 것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1.00%에서 1.25%로 올렸습니다. 적용은 9월 24일부터입니다.

여기서 「정책금리」가 가리키는 것은 무담보 콜금리 오버나이트입니다. 은행들끼리 담보를 잡지 않고 하루만 돈을 빌려줄 때 붙는 금리입니다. 중앙은행은 이 금리를 직접 정하지 않습니다. 결정문의 표현도 「이 금리가 1.25% 정도에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입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값을 목표 수준으로 밀어 주는 방식입니다.

1.25%는 199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공개하는 월평균 시계열을 보면 1995년 6월 이 금리는 1.279%였고, 바로 다음 달 0.947%로 내려갔습니다. 그 뒤로 31년 넘게 1.25%를 다시 넘긴 적이 없습니다. 2016년에는 마이너스 0.10%까지 내려갔다가 2024년 3월에야 마이너스를 벗어났습니다.

반대표 두 장이 있었습니다

표결은 찬성 7, 반대 2였습니다.

「반대」라는 말만 들으면 방향을 알 수 없습니다. 금리 결정에서 반대는 두 방향으로 갈립니다. 더 올리자는 반대와, 올리지 말자는 반대입니다. 시장에 주는 신호는 이 둘이 정반대입니다.

이번 반대 두 장은 모두 「올리지 말자」였습니다. 아사다 도이치로 위원과 사토 아야노 위원이 현행 유지를 주장했습니다.

아사다 위원의 반대 사유는 결정문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신선식품을 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2%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상황도 반드시 강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지금 방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사토 위원도 물가와 경기가 전보다 크게 빨라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6년 2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명한 학자 출신입니다. 물가를 조금 더 올려서라도 경기를 밀어야 한다고 보는 쪽으로 분류됩니다. 6월 회의에서는 아사다 위원 한 명만 반대해 7 대 1이었습니다. 9월에는 사토 위원이 합류해 7 대 2가 됐습니다. 올리지 말자는 쪽이 한 명 늘어난 것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회의에서 반대가 늘어나면, 시장은 다음 인상이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읽습니다.

같은 날 문서에 적힌 한 문장

일본은행은 결정문과 함께 참고자료를 냈습니다. 그 안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완화적 금융환경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활동을 계속 확실히 뒷받침할 것이다.」

금리를 올린 날 낸 문서에, 돈을 풀어 주는 상태는 그대로라고 스스로 적은 것입니다. 인상이 긴축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완화의 정도를 조금 줄이는 조정이라는 뜻입니다.

이틀 전에 미국도 올렸습니다

9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0.25%p 올려 3.75%에서 4.00% 구간으로 옮겼습니다. 표결은 12 대 0, 만장일치였습니다. 2023년 이후 첫 인상입니다.

돈이 나라를 건너 움직일 때 보는 것은 어느 한 나라의 금리가 아니라 두 나라 금리의 차이입니다. 일본에서 싸게 빌려 미국에 넣으면 그 차이만큼이 남습니다.

이번 주에 두 나라가 같은 폭으로 올렸습니다
미국
3.50%에서 3.75%
→
3.75%에서 4.00%
일본
1.00%
→
1.25%
차이
2.75%p
→
2.75%p
미국 금리는 구간으로 발표됩니다. 상단끼리 비교한 값입니다.

일본이 0.25%p 올렸지만 이틀 전 미국도 같은 폭을 올렸습니다. 두 나라 금리 차이는 2.75%p에서 그대로입니다. 일본에서 빌려 미국에 넣는 계산은 이번 주에 바뀌지 않았습니다.

31년 만의 최고 금리인데 실질로는 마이너스입니다

명목금리는 표에 적힌 숫자입니다. 실질금리는 거기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입니다. 돈을 맡겨 2%를 받아도 물가가 3% 올랐다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그때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입니다.

일본 총무성이 9월 17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신선식품을 뺀 근원 물가는 1년 전보다 1.7% 올랐습니다. 일본은행 목표인 2%를 여덟 달 연속 밑돌았습니다.

정책금리 1.25%에서 1.7%를 빼면 마이너스 0.45%p입니다. 31년 만의 최고 명목금리이지만 실질로는 여전히 마이너스입니다. 돈을 엔으로 들고 있으면 구매력이 줄어드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일본은행이 문서에 「완화적 금융환경은 유지될 것」이라고 적은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눈금만 있고 숫자가 없는 낡은 압력계의 바늘이 중간을 조금 넘긴 위치에 멈춰 있는 모습
바늘은 올라갔지만 눈금의 위치는 그대로입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채권시장도 같은 쪽으로 읽었습니다

국채 금리는 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보여 줍니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 같으면 국채 금리도 미리 올라갑니다.

인상 당일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약 4.9bp 내려 2.947%가 됐습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0.01%p를 뜻합니다. 4.9bp는 0.049%p입니다. 2년 만기 금리도 1.82%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인상 이후 사흘 연속 하락이었습니다.

맥락을 보면 더 분명합니다. 불과 보름 전인 9월 1일, 일본 10년물 금리는 3.005%로 1996년 9월 이후 처음 3%를 넘었습니다. 같은 날 2년물은 31년 최고, 30년물은 사상 최고 종가였습니다. 그 흐름이 인상 직후에 꺾인 것입니다.

주식은 반대로 올랐습니다. 닛케이225는 결정 당일 장중 6만 5000선대까지 갔습니다.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부드러웠다고 보면 주식에는 오히려 좋은 소식이 됩니다.

두 달 전 개입은 여기까지 버텼습니다

엔화가 약해지는 흐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7월 30일과 31일, 일본 재무성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엔을 사는 개입을 했습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들어가 자기 나라 통화를 사들여 값을 떠받치는 조치입니다. 이때는 미국 재무부도 함께 참여했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 통화를 방어하려 개입에 나서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효과는 있었습니다. 7월 29일 163엔 수준이던 환율이 개입 뒤 155엔 근처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8월 18일에는 다시 159엔이 됐고, 9월 18일 장중에는 158.08엔이 됐습니다. 두 달 만에 개입 직전 수준 근처로 돌아온 셈입니다.

개입 규모는 기관마다 다르게 추정합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 측 규모를 약 850억 달러로 봤고, 국제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은 약 750억 달러로 봤습니다. 미국 측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확정된 공식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야 합니다.

시장은 무엇이 부족하다고 봤나

실명으로 나온 설명들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미쓰비시UFJ은행의 데릭 핼페니는 시장이 이번 인상을 포함해 약 100bp, 곧 1%p가량의 인상을 이미 가격에 반영해 두었는데 일본은행이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미 예상한 만큼은 시세에 들어가 있으니, 그만큼을 채우지 못하면 실제로는 실망으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후미는 반대표 두 장이 「가벼운 놀라움」이었으며 추가 인상 기대를 식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금융환경을 과도하게 조이거나 자산 가격을 크게 흔들 만큼 급하게 올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상 간격을 정해 두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

금리가 낮은 통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곳의 자산에 넣어 두는 거래를 캐리 트레이드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엔이 그 「빌리는 쪽」이었습니다. 빌리는 값이 거의 0이었으니까요.

일본 금리가 오르면 이 거래의 계산이 달라집니다. 빌린 엔을 갚으려면 엔을 사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엔이 강해지면서 여러 나라 자산이 한꺼번에 팔릴 수 있습니다. 2024년 8월에 실제로 그런 일이 며칠간 벌어졌습니다.

규모를 말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함께 운영하는 국제기구인데, 2024년 9월 보고서에서 신탁 계정을 통해 공급된 엔의 규모를 헤지 비율 가정에 따라 1조 3000억 달러에서 1조 7000억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통계에 빈 곳이 있고 가정에 크게 의존하므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2026년 시점의 갱신된 공식 추정치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입니다.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2.75%에서 0.25%p 올렸고, 표결은 6 대 1이었습니다. 두 번 연속 인상은 2023년 초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 3.00%와 일본 1.25%의 차이는 1.75%p입니다. 이번 일본의 인상으로 좁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이 높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사안의 관심사는 엔화 시세 자체보다 자금 흐름입니다. 일본 금리가 천천히 오르는 동안에는 엔을 빌려 다른 곳에 넣는 거래가 유지되고, 그 거래가 한꺼번에 되돌려질 때는 한국 주식과 채권도 같이 흔들립니다. 9월 18일의 결정이 시장에 남긴 메시지는 「그 되돌림은 아직 급하지 않다」에 가까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를 올리면 통화가 강해진다는 말은 틀린 건가요?

조건이 붙습니다. 환율은 발표된 금리 자체보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과 얼마나 달랐는지」에 반응합니다. 시장이 이미 인상을 예상하고 그만큼 엔을 사 두었다면, 예상대로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살 이유가 생기지 않습니다. 여기에 추가 인상이 어려워 보이는 신호가 붙으면 오히려 팔 이유가 됩니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Q. 무담보 콜금리 오버나이트가 뭔가요?

은행들이 서로 하루만 돈을 빌려줄 때 붙는 금리입니다. 「무담보」는 담보를 잡지 않는다는 뜻이고, 「오버나이트」는 하룻밤만 빌린다는 뜻입니다. 중앙은행이 이 금리를 목표 수준으로 유도하면 그 영향이 예금과 대출 금리로 차례로 퍼집니다.

Q.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뜻인가요?

통장의 숫자는 줄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것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입니다. 이자로 1.25%를 받는 동안 물건값이 1.7% 올랐다면, 1년 뒤 그 돈의 구매력은 오히려 약간 줄어듭니다.

Q. 엔 캐리 트레이드가 되돌려지면 한국은 어떻게 되나요?

경로는 이렇습니다. 엔을 빌려 다른 나라 자산을 사 둔 투자자들이 엔을 갚아야 하면, 갖고 있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엔을 삽니다. 이때 팔리는 자산에는 한국 주식과 채권도 들어갑니다. 다만 그 규모가 지금 얼마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가장 최근의 국제기구 추정치가 2024년 9월 것이고, 그 기관 스스로 가정에 크게 의존한 값이라고 밝혔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하루치 환율 움직임으로 원인을 지목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9월 18일 엔이 밀린 데에는 같은 주 미국의 결정, 유가, 다른 나라 지표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반대표 두 장이 그중 얼마를 설명하는지는 정확히 나눌 수 없습니다. 실제로 엔화는 그날 장중 158.08엔까지 갔다가 156.89엔으로 되밀려 마감했습니다.

둘째, 실질금리 계산의 밑에 깔린 물가 숫자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26년 8월부터 소비자물가 기준 연도를 2025년으로 바꿨습니다. 기준을 바꾸면 과거 수치와의 단순 비교가 어려워집니다. 8월 근원 물가 1.7%가 개편의 영향을 얼마나 받았는지 제가 분리해 보지 못했습니다. 이 값이 달라지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계산의 폭도 달라집니다.

셋째, 반대표의 의미는 회의록 전문이 나오면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결정문에 요약된 반대 사유입니다. 상세한 의사록은 몇 주 뒤에 공개됩니다. 두 위원이 「지금은 아니다」와 「방향 자체가 틀렸다」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는 그 기록을 봐야 확정됩니다.

넷째, 캐리 트레이드가 문제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엔화의 방향이 개입이나 일본은행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훨씬 더 달려 있다고 봤습니다. 이 진단이 맞다면 반대표와 문장 해석은 부차적인 이야기가 되고, 엔이 강해지기 위한 조건은 미국 금리가 내려가는 것 하나로 좁혀집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공개 자료
사색가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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