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 저작권 기준, 시행 22일 만에 철회
인간 기여도 50% 이상이면 AI 음악도 저작권 등록을 받아 주는 규정이 있었고, 그 50%를 확인할 기술적 방법은 없습니다. 기준이 비어 있는 동안 매장은 음악에 드는 비용을 0으로 줄이고 기존 창작자는 재생 횟수를 잃습니다.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는 중립이 아닙니다.

목차 · 8개 단락
인공지능으로 만든 음악의 저작권 등록 기준이 시행 22일 만에 사라졌습니다. 인간 창작자의 개입이 최소 50% 이상인 곡만 등록을 받겠다는 기준이었습니다. 철회 사유는 기준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 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7월 시행하고 8월 4일 거둔 일입니다. 협회 내부의 절차 문제로 보이고, 음악을 만들어 팔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게 보입니다.
공백은 중립이 아닙니다. 기준이 없으면 인공지능 음악에 사용료를 물릴 근거도 없어서, 그동안 매장은 음악에 드는 비용을 0으로 줄이고 기존 창작자는 재생 횟수를 잃습니다. 공백이 길어진 뒤에 제도를 만들면 새 질서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생긴 질서를 되돌리는 일이 됩니다. 이 22일에 걸린 질문은 음악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어디까지 손을 대야 그 결과물이 내 것이 되는가, 그리고 그걸 누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입니다.
매장이 이걸 트는 이유
요즘 카페에서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가 있습니다. 멜로디는 묘하게 반복되고 가사는 비슷비슷한데, 음악 검색 앱을 켜도 잡히지 않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음악입니다. 명령어 몇 줄이면 수백 곡에서 수천 곡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공연권료를 냅니다. 면적과 업종, 재생 방식에 따라 금액이 정해지고, 일정 규모 이하는 면제됩니다.
한 달에 내는 돈이 큰 액수는 아닙니다. 다만 매달 나가고, 영업하는 내내 나갑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을 틀면 그 비용이 0이 됩니다. 정확히는 누구에게 내야 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0이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협회가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창작자는 자기 곡의 저작권 관리를 협회에 맡기고, 협회가 대신 사용료를 걷어 나눠 줍니다. 이것을 신탁이라고 합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지난 7월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음악도 이렇게 맡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기준은 이랬습니다. 인간 창작자가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에 한해 등록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협회는 「주도적」이라는 말을 최소 50% 이상의 인간 창작 개입으로 설명했습니다.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였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곡을 전부 배제하지도 않고 전부 받아들이지도 않는, 선을 긋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22일 만에 거뒀습니다
철회 사유는 규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직 정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준이 있어도 잴 수가 없습니다
규정이 살아 있었더라도 걸렸을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간 기여도 50%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곡이 완성된 뒤에 그 안에서 사람이 몇 퍼센트를 했는지 기술적으로 가려낼 수단이 현재로선 없습니다. 신고자가 쓴 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검증할 수 없는 기준은 두 가지로 작동합니다. 정직하게 신고한 사람에게만 적용되거나, 아무에게도 적용되지 않거나입니다. 어느 쪽이든 원래 의도한 것과는 다릅니다.
공백의 방향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제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는 중립이 아닙니다.
기준이 없으면 인공지능 음악에 저작권료를 물릴 근거도 없고, 창작자가 자기 곡이 학습에 쓰였다고 주장할 통로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동안 매장은 비용을 아끼고, 인공지능 음악 공급자는 시장을 넓히고, 기존 창작자는 재생 횟수를 잃습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한쪽에 유리하게 굳어집니다. 그리고 굳어진 다음에 제도를 만들면, 그건 새 질서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생긴 질서를 되돌리는 일이 됩니다. 후자가 훨씬 어렵습니다.
저작권 침해 신고가 2024년 9571건에서 2025년 2만 6255건으로 늘어난 것도 같은 시기입니다. 그중 87.7%가 웹툰과 출판에 몰렸습니다. 음악은 아직 그 통계에 크게 잡히지 않는데, 잡히지 않는 이유가 침해가 없어서인지 침해로 규정할 기준이 없어서인지는 구분해 봐야 합니다.
무엇을 확인할 것인가
문체부가 공론화가 부족하다고 했으니, 다음에 볼 것은 그 공론화가 실제로 열리는지입니다. 그리고 열린다면 세 가지 질문에 답이 나와야 합니다.
첫째, 기여도를 어떻게 잴 것인가. 잴 수 없다면 퍼센트로 선을 긋는 방식 자체를 쓸 수 없습니다. 창작 과정 기록을 요구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둘째, 학습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생성물의 등록 여부와 별개로, 그 모델이 무엇으로 학습했는지가 남아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 쟁점으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셋째, 공백기에 생긴 이용을 소급할 것인가. 규정이 나중에 생기면 그 전에 사용된 곡들은 어떻게 되는지가 정리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AI가 만든 곡은 저작권이 없나요?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으로 정의합니다. 사람의 창작적 개입이 없으면 저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개입이 필요한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이번 규정이 그 선을 그으려다 멈춘 것입니다.
Q. 창작자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자기 곡의 무단 이용은 기존 절차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기 곡이 학습에 쓰인 것에 대해서는 국내에 확립된 구제 절차가 없습니다. 이 구분이 현재 공백의 핵심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규정의 전문을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보도된 요지와 협회 설명을 옮긴 것이고, 조문에는 더 세부적인 단서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둘째, 매장에서 인공지능 음악 사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계량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현장 관찰과 업계 증언에 근거한 보도를 옮겼을 뿐이고, 비중을 보여주는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셋째, 「공백이 한쪽에 유리하게 굳어진다」는 진술은 제 해석입니다. 실제로 기존 창작자의 수입이 이 때문에 줄었는지 보여주는 자료를 저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은 자주 쓰입니다. 대개는 속도의 문제로 이야기됩니다.
이번 사안에서 눈에 띈 것은 속도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기준을 만들 실무적 필요는 이미 와 있었고, 그 기준을 정당화할 합의는 아직 없었습니다. 협회는 앞의 것을 보고 움직였고 국회와 부처는 뒤의 것을 보고 멈춰 세웠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어서 22일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22일 동안에도 카페의 스피커는 계속 울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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