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예산 11.2% 증액, 우리고장 활용사업은 45% 삭감

2027년 국가유산청 예산안은 1674억 원 늘어 1조 6645억 원이 됐는데, 같은 예산안에서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국비는 207억 원에서 114억 원으로 깎였습니다. 신청은 598건으로 늘고 선정은 244건으로 줄었습니다. 서원 숙박과 야행, 종갓집 음식 프로그램이 이 돈으로 열리고, 사업지의 80.8%는 수도권 바깥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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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한옥 마당과 닫힌 대문.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비어 있는 한옥 마당과 닫힌 대문.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8개 단락
  1. 먼저, 이 사업이 무엇인지
  2. 신청은 늘었고 선정은 줄었습니다
  3. 깎인 폭이 갈래마다 다릅니다
  4. 기관 전체 예산은 늘었습니다
  5. 같은 예산안에 새 사업 19개가 있습니다
  6. 순서가 이미 정해졌습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8.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9월 4일 발표된 국가유산청 내년 예산안은 1조 6645억 원입니다. 올해보다 1674억 원, 11.2% 늘었습니다. 같은 예산안에서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에 붙은 국비는 207억 원에서 114억 원으로 45% 깎였습니다.

예산이 줄면 보통 하겠다는 곳이 줄었거나 성과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읽힙니다. 이 사업의 신청은 593건에서 598건으로 오히려 늘었고, 선정은 379건에서 244건으로 줄었습니다.

깎인 쪽은 서원에서 하룻밤 자는 프로그램, 밤에 읍성을 열고 조명을 켜는 야행, 종갓집 음식 상차림에 붙던 돈입니다. 2025년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1만 6741회 열려 377만 명이 다녀갔고, 사업지의 80.8%는 수도권 바깥에 있었습니다. 떨어진 354곳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해 기준이면 붙었을 기획안입니다. 사는 동네에서 해마다 열리던 행사가 내년에 보이지 않는다면, 기획이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뽑는 칸이 135개 줄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사업이 무엇인지

이름이 길고 낯설어서 설명이 필요합니다.

전국에는 국가가 지정한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습니다. 향교와 서원, 오래된 절, 종갓집과 고택, 읍성과 고분 같은 것들입니다. 대부분은 평소에 문이 닫혀 있거나, 열려 있어도 그냥 보고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 사업은 그런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여는 데 돈을 댑니다. 서원에서 하룻밤 자며 옛 공부 방식을 체험하거나, 밤에 읍성을 열어 조명을 켜고 공연을 하거나, 종갓집에서 그 집안 음식을 내놓는 식입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문화단체가 기획안을 내면 국가유산청이 심사해서 뽑고, 뽑힌 만큼 국비를 줍니다.

사업은 다섯 갈래로 나뉩니다. 이름만 옮기면 생생 국가유산,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 고택·종갓집 활용, 전통산사 국가유산 활용, 국가유산 야행입니다. 각각 대상 장소가 다를 뿐 구조는 같습니다.

규모는 작지 않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는 단체들의 집계로는 2025년 한 해에 355개 사업이 1만 6741회 프로그램을 열었고, 이용자는 377만 명이었습니다. 사업지의 80.8%가 수도권 바깥에 있습니다.

신청은 늘었고 선정은 줄었습니다

선정 결과 발표에는 매년 신청 건수도 함께 적힙니다. 3년치를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신청과 선정
2025년
신청 588건
→
선정 355건
2026년
신청 593건
→
선정 379건
2027년
신청 598건
→
선정 244건
신청은 10건 늘었고 선정은 135건 줄었습니다

신청 건수는 3년 내내 590건 언저리입니다. 하겠다는 지역이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줄어든 것은 받아주는 쪽입니다.

선정률로 보면 60.4%, 63.9%, 40.8%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신청한 곳의 3분의 2 가까이가 됐는데, 내년에는 절반도 안 됩니다. 떨어진 354곳 중 상당수는 지난해였다면 붙었을 기획안입니다.

돈을 보면 이유가 나옵니다. 이 사업의 국비는 2026년 207억 원에서 2027년 114억 원이 됐습니다. 93억 원, 45%가 빠졌습니다.

깎인 폭이 갈래마다 다릅니다

다섯 갈래의 선정 건수를 지난해와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갈래별 선정 건수 (2026년 → 2027년)
생생 국가유산
135 → 90
-33%
향교·서원
95 → 65
-32%
고택·종갓집
48 → 34
-29%
전통산사
46 → 27
-41%
국가유산 야행
55 → 28
-49%

야행이 절반 가까이 잘렸습니다. 야행은 밤에 유산 구역을 개방해 조명과 공연을 얹는 방식이라 인건비와 안전관리 비용이 큽니다. 전통산사도 41% 줄었습니다. 경북 포항 보경사처럼 4년째 이어오던 곳이 내년 프로그램 편성을 50여 회로 줄이며 사업 자체의 존속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건당 금액도 줄었습니다. 2026년에는 207억 원을 379건이 나눠 평균 5460만 원이었는데, 2027년에는 114억 원을 244건이 나눠 평균 4670만 원입니다. 건수를 35% 줄이고도 남은 사업의 몫이 14% 더 깎였습니다.

마루 한쪽에 접어서 세워 둔 나무 의자 여러 개
떨어진 354건은 대부분 지난해 기준이면 붙었을 기획안입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기관 전체 예산은 늘었습니다

여기서 처음의 숫자로 돌아갑니다. 국가유산청 예산은 1674억 원 늘었습니다.

예산안은 여섯 분야로 나뉩니다. 보수정비와 보존기반 구축에 6910억 원, 궁궐·조선왕릉 보존과 활용에 1472억 원, 국가유산 활용에 1312억 원, 교육·연구·전시에 1266억 원, 재난대응에 1002억 원, 세계유산과 국제교류에 627억 원입니다.

45% 깎인 사업은 세 번째 칸인 ‘국가유산 활용’ 1312억 원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칸 안에서 114억 원을 차지합니다.

국가유산청이 밝힌 내년 중점 투자 분야는 세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국가유산 활용 기반 지역 활성화”입니다.

같은 예산안에 새 사업 19개가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에는 올해 없던 사업이 19개 새로 들어갔습니다. 공개된 금액을 큰 것부터 보면 국가유산 스테이 조성 61억 원, 국립자연유산원 건립 33억 원, 역사문화권 진흥 20억 원, K-풍류 관광브랜드 육성 17억 원 순입니다. 왕실유산 지역 전시와 국가유산 쉼표 프로젝트, 국립역사문화권진흥원 운영이 각 15억 원, 한·몽골 정상회담 성과 전시가 11억 원입니다.

10억 원짜리도 넷입니다. 부산 세계유산 국제포럼, 국가유산 기반 명소재생, K-민속마을 활성화, 그리고 로봇을 쓰는 지능형 방재체계 구축입니다.

이 중 관광이나 프로그램 운영에 가까운 성격의 신규 사업만 추려 더해도 150억 원을 넘습니다. 깎인 93억 원보다 큽니다.

다만 이것을 “93억 원이 저리로 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예산 항목은 그렇게 일대일로 옮겨 다니지 않고, 공개된 자료는 신규 사업의 금액만 보여줄 뿐 폐지되거나 줄어든 다른 항목은 보여주지 않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방향입니다. 새로 만드는 쪽에는 돈이 붙었고, 12년째 같은 이름으로 돌아가던 쪽은 반으로 줄었습니다.

순서가 이미 정해졌습니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확정됩니다. 12월까지는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정 결과는 9월 11일에 이미 나갔습니다.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9월 1일로부터 열흘 뒤입니다. 244곳은 준비를 시작했고, 떨어진 354곳은 내년 계획에서 이 사업을 지웠습니다.

이 순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닙니다. 2024년에는 9월 19일, 2025년에는 9월 12일에 같은 발표가 나갔습니다. 국회 심의보다 석 달 앞서 선정을 마치는 것이 이 사업의 일정입니다. 예산이 늘어나는 해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일정입니다.

사업 단체들은 국비 93억 원이 빠지면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대는 몫까지 합쳐 230억 원 규모가 사라지고, 현장의 기획·운영 인력 3000명가량이 일을 잃는다고 주장합니다. 이 추산은 단체들이 낸 것이고 정부가 확인한 수치는 아닙니다. 사업 수가 135건 줄고 남은 사업의 예산도 14% 깎인다는 두 가지는 발표된 자료로 확인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비’는 사업비 전부를 뜻하나요?

아닙니다. 이 사업은 국가유산청이 일부를 대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국비가 빠지면 지방비도 함께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국비와 지방비를 얼마씩 나누는지는 사업 갈래와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달라서, 전체 규모를 하나의 비율로 환산하기는 어렵습니다.

Q. 국회에서 예산을 되살리면 되지 않나요?

가능합니다. 국회는 정부안을 늘릴 수 있고, 매년 일부 항목이 그렇게 복구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선정 발표가 먼저 나갔습니다. 12월에 예산이 늘어나도 9월에 떨어진 354곳을 그때 다시 부를 절차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207억 원과 114억 원이라는 두 금액은 사업 단체들의 공동입장을 통해 알려진 수치이고, 국가유산청이 이 사업 하나만 따로 떼어 발표한 것은 아닙니다. 예산안 세부 내역이 국회에 제출된 형태와 다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둘째, 선정 건수 감소를 전부 예산 삭감 탓으로 돌렸습니다. 국가유산청이 같은 시기에 사업 구조를 손봤거나 심사를 엄격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공개된 보도자료에는 그런 변경이 적혀 있지 않지만, 적혀 있지 않다고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신규 사업 19개 중 일부를 ’관광이나 프로그램 운영에 가까운 성격’으로 묶은 것은 사업명을 보고 제가 분류한 것입니다. 실제 내용이 기존 활용사업과 겹치는지는 세부 계획이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겹치지 않는다면 대체가 아니라 그냥 삭감입니다.

넷째, 건당 평균 국비를 총액을 건수로 나눠 구했습니다. 갈래마다 단가가 다르고 야행처럼 비싼 갈래가 더 많이 잘렸으니, 남은 사업들의 실제 평균은 4670만 원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사업도 14% 깎였다”는 표현은 과장이 됩니다.

사색가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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