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노인 74.7%,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노인 100명 중 75명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번 돈으로 삽니다. 이 비율은 돈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지만 묻고, 그 돈으로 살 만한지는 묻지 않습니다.

사색가 J16분 분량
서울의 한 동네 마트 계산대에서 70대 초반의 여성 직원이 손님의 물건을 바코드 스캐너로 찍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서울의 한 동네 마트 계산대에서 70대 초반의 여성 직원이 손님의 물건을 바코드 스캐너로 찍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6개 단락
  1. 생활비 출처 통계의 맹점, 액수는 묻지 않는다
  2. 스스로 마련한다는 75명, 그 돈의 진짜 출처는
  3. 자녀 용돈이 줄어든 15명분을 채운 돈
  4. 노인 고용률 역대 최고, 그들이 계속 일하려는 이유
  5. 빈곤층은 역대 가장 적고, 삶에 만족하는 노인은 100명 중 34명
  6.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노인, 4명 중 3명」.

국가데이터처가 고령자 통계를 내놓은 뒤 여러 기사에 붙은 제목입니다. 10년 전보다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노인이 크게 늘었으니 노후가 한결 든든해졌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하지만 이 조사는 생활비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지를 물었을 뿐, 그 돈으로 살 만한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다는 74.7%의 노인들 안에는 넉넉한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는 사람과, 끊긴 자녀 용돈을 메우려고 한 달 29만 원짜리 노인 일자리에 나서는 사람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통계는 이들의 처지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사람’으로 묶어 버립니다. 그 안을 나눠 들여다보면 연금에 기대어 사는 노인보다 직접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노인이 더 많습니다.

생활비 출처 통계의 맹점, 액수는 묻지 않는다

이 숫자는 국가데이터처가 해마다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 나왔습니다. 2025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생활비를 주로 어디서 마련하는지 물었고, 답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마련한다, 자녀나 친척이 도와준다, 정부나 사회단체가 지원한다는 세 갈래로 나뉩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마련한다고 답한 사람에게는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한 번 더 묻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일해서 번 돈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4명 정도는 연금이나 퇴직급여를 꼽았습니다. 집세나 이자 같은 재산소득, 모아 둔 예금을 헐어 쓴다는 사람은 합쳐도 10명 중 1명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해서 번 돈에는 월급뿐 아니라 가게를 하거나 농사를 지어 번 돈도 들어갑니다.

정작 질문에는 얼마를 버는지 적는 칸이 없습니다. 연금으로 매달 2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든, 공익활동비 29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사람이든 똑같이 ’스스로 마련한다’는 답에 들어갑니다.

스스로 마련한다는 75명, 그 돈의 진짜 출처는

65세 이상 100명이 생활비를 주로 어디서 마련하나 (2025년 사회조사, 단위: 명)
본인·배우자가 일해서 번 돈36.0명
본인·배우자의 연금·퇴직급여28.6명
자녀·친척의 도움13.1명
정부·사회단체 지원12.2명
본인·배우자의 재산소득6.1명
본인·배우자의 예·적금4명
채워진 막대 네 개를 더하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다는 74.7명이 되고, 테두리만 있는 두 막대는 남의 도움에 기대는 사람입니다

이 비율을 실제 노인 수에 대어 보면 규모가 더 분명해집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50만 명 남짓이니,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노인은 380만 명 안팎이고 연금이 주된 생활비인 노인은 300만 명 안팎입니다.

연금을 받는 노인만 놓고 보면 숫자는 훨씬 큽니다. 2024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은 기초연금이든 국민연금이든 연금을 하나 이상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연금을 주된 생활비로 꼽은 사람이 그 가운데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까닭은 받는 돈이 한 달 평균 74만 원 정도에 머물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녀 용돈이 줄어든 15명분을 채운 돈

10년 전인 2015년에는 노인 100명 가운데 59명이 스스로, 29명이 자녀나 친척의 도움으로, 13명이 정부나 사회단체의 지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했습니다. 그사이 자녀나 친척에게 기대는 노인은 100명당 15명 넘게 줄었습니다.

그 빈자리의 절반 남짓은 연금이 메웠습니다. 연금을 주된 생활비로 삼는 노인은 100명당 20명에서 29명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1988년에 시작한 국민연금에서 가입 기간을 채우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고, 노후 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꼽는 노인도 10년 사이 10명 중 3명에서 5명 남짓으로 늘었습니다.

2015년과 2025년 사이, 65세 이상 100명 가운데 각 생활비에 기대는 사람의 증감
자녀·친척의 도움−15.5명
본인·배우자의 연금·퇴직급여+8.7명
본인·배우자의 일·재산·예금+7.5명
정부·사회단체 지원−0.6명
0
자녀에게 기대던 15.5명이 빠진 자리를 연금과 일·재산·예금이 비슷한 크기로 나눠 채웠습니다. 반올림 때문에 합이 0과 조금 어긋납니다

나머지 7명 남짓은 일해서 번 돈이나 재산소득, 예금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2015년의 세부 구성을 공개 자료에서 찾지 못해 이 가운데 어느 쪽이 얼마나 늘었는지까지는 가르지 못했지만, 2025년에 셋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해서 번 돈입니다.

연금이 늘었다고 해도 연금을 주된 생활비로 꼽는 노인은 100명 중 29명에 그치고, 그보다 많은 36명은 여전히 일해서 번 돈에 기대어 생활합니다. 같은 기간 일하는 노인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이와 맞물려 있습니다.

노인 고용률 역대 최고, 그들이 계속 일하려는 이유

일하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2015년 30% 수준에서 2025년 40% 턱밑까지 올라 역대 가장 높습니다. 사람 수로 환산하면 약 415만 명으로, 불과 1년 새 34만 명이나 늘었습니다.

고령층이 계속 노동 시장에 남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65~79세 노인 10명 중 6명은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를 묻자 절반 남짓이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10명 중 4명이 채 안 되는 것과 비교하면 가장 큰 이유는 돈입니다. 다만 생활비 때문이라는 답은 2021년보다는 조금 줄었습니다.

이 숫자에는 정부가 만드는 노인 일자리도 겹쳐 있습니다. 노인일자리는 2025년 110만 개 가까이에서 2026년 115만 개로 늘었고,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공익활동형 70만여 개에 참여하는 노인은 한 달 29만 원을 11개월 동안 받습니다. 고용 통계는 조사 기간 중 돈을 벌려고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세기 때문에,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도 취업자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해서 번 돈으로 산다는 36명 안에는 전문직 경력을 살려 자문 일을 하는 사람도, 평생 짓던 농사를 계속 짓는 사람도, 공익활동비가 수입의 전부인 사람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통계만으로는 이들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빈곤층은 역대 가장 적고, 삶에 만족하는 노인은 100명 중 34명

같은 날 발표된 숫자들을 함께 놓고 보면 해석이 두 갈래로 나뉩니다.

나아지고 있다고 보는 쪽에서는 빈곤율을 근거로 듭니다. 66세 이상 가운데 가구 소득이 전체 중간값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층은 2023년 10명 중 4명꼴에서 2024년 38% 정도로 줄어 역대 가장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연금 월평균 수령액도 70만 원 가까이에서 74만 원 정도로 올랐습니다. 자녀 용돈이 줄어든 자리를 연금이 조금씩 메우고 있다면,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노인이 늘었다는 소식은 반가운 변화입니다.

아직 버티는 중이라고 보는 쪽은 다른 숫자에 주목합니다. OECD와 비교할 수 있는 2023년 기준으로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0% 가까이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독일(15% 안팎)이나 프랑스(6% 남짓)와는 차이가 큽니다. 지금 삶에 만족한다는 65세 이상 노인도 2025년 3명 중 1명꼴로, 1년 전보다 조금 줄었습니다. 일하는 노인이 34만 명 늘어난 바로 그해에 삶에 만족한다는 노인은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어느 해석을 택하든 ’노인 4명 중 3명이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한다’는 사실과는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숫자 하나만으로는 노후가 든든해진 것인지, 일하며 버티는 노인이 늘어난 것인지 가려낼 수 없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본문에서 쓴 ’100명 중 몇 명’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다는 비율(74.7%)에 그 안의 구성비를 곱해 얻은 근사치입니다. 사회조사는 표본조사인 데다 생활비를 ‘주로’ 어디서 마련하는지 하나만 고르게 하기 때문에, 연금과 근로소득을 반반씩 섞어 쓰는 사람은 둘 중 한쪽으로만 잡힙니다.

2015년에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 노인 가운데 일해서 번 돈의 비율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10년 사이 늘어난 7명 남짓이 일 때문인지, 재산이나 예금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못했고,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만큼 생활비 출처가 그대로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빈곤율은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66세 이상을 대상으로, 생활비 문항은 사회조사에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합니다. 조사도 연령 기준도 서로 달라서 두 숫자를 곧바로 이어 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고용 통계에서 실제로 몇 명이나 취업자로 잡히는지는 공식 숫자를 확인하지 못했고, 1년 새 늘어난 34만 명 가운데 정부 일자리가 얼마인지도 가르지 않았습니다.

사색가 J

공개된 자료를 놓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습니다. 의견이나 정정 요청은문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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