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18.4GW를 돌리려면 발전 설비 40GW가 더 필요하다

2035년까지 로드맵에 잡힌 신규 가스발전 설비는 19.5GW입니다. 업계는 데이터센터 계획을 실현하려면 그 두 배에서 두 배 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남은 시간은 9년, 가스복합화력 한 기를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년에서 7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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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빈 들판에 줄지어 선 철제 송전탑.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안개 낀 빈 들판에 줄지어 선 철제 송전탑.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7개 단락
  1. 짓겠다고 한 것
  2. 그걸 돌릴 전기
  3. 포항이 선택된 이유
  4. 계산에서 빠진 항목
  5. 같은 주에 나온 다른 소식
  6. 자주 묻는 질문
  7.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정부 계획은 2035년까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18.4기가와트 규모로 짓는 것입니다. 투입 금액은 1000조 원 이상입니다. 업계 추정으로는 이를 실현하려면 신규 발전설비 40기가와트에서 50기가와트가 필요합니다. 로드맵에 잡혀 있는 신규 가스발전은 19.5기가와트입니다.

인공지능 경쟁은 대체로 반도체 경쟁으로 읽힙니다. 누가 더 좋은 칩을 확보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병목은 전기입니다. 그래픽카드를 아무리 확보해도 전기가 모자라면 가동률을 낮춥니다. 가스복합화력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대략 5년에서 7년, 송전선로 확보는 그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2035년까지 남은 시간은 9년입니다. 그래픽카드는 사 오면 되고 발전소는 지어야 합니다.

짓겠다고 한 것

정부 계획은 2035년까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18.4기가와트 규모로 짓는 것입니다. 투입 금액은 1000조 원 이상으로 제시됐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
2035년까지 1000조 원 이상이 들어갑니다

18.4기가와트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으려면 비교가 필요합니다. 대형 원자력발전소 한 기가 대략 1.4기가와트입니다. 데이터센터가 그 용량을 항상 다 쓰지는 않지만, 설비 규모로만 보면 원전 열세 기 분량에 해당합니다.

그걸 돌릴 전기

업계 추정으로는 이 계획을 실현하려면 2035년까지 신규 발전설비 40기가와트에서 50기가와트가 필요합니다.

현재 로드맵에 잡혀 있는 신규 가스발전은 19.5기가와트입니다.

2035년까지 필요한 것과 계획된 것
업계 추정 필요 설비
40~50GW
계획된 신규 가스발전
19.5GW
두 배에서 두 배 반까지 늘려야 맞춰집니다

업계에서는 기존 계획을 50%에서 20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2040년 전력 수요 전망치도 종전보다 27기가와트, 약 19% 높게 다시 잡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발전소는 계획한다고 바로 서지 않습니다. 가스복합화력은 부지 선정부터 준공까지 대략 5년에서 7년, 송전선로 확보는 그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2035년이면 남은 시간이 9년입니다.

빈 부지에 콘크리트 기초와 앵커 볼트만 솟아 있고 그 위에 아무것도 세워져 있지 않다
기초는 놓였는데 위에 올릴 것이 아직 없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포항이 선택된 이유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서 이 제약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보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17만 장 규모로 추진되는 포항 인공지능 컴퓨팅센터입니다. 부지 선정의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가 인근 원전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땅값도 아니고 인력도 아니고 전기였습니다. 앞으로 지어질 데이터센터들도 같은 기준으로 자리를 고르게 됩니다. 그러면 데이터센터는 송전선이 굵게 깔린 곳으로 몰립니다. 그런데 한 지역의 송전망이 더 받아 줄 수 있는 전기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몰리는 만큼 그 한계가 빨리 차 버립니다.

계산에서 빠진 항목

여기에 하나가 더 걸립니다.

정부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에서 61% 줄이겠다고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단체 분석으로는 2029년까지 짓기로 한 8.4기가와트분 데이터센터만으로도 2035년까지 누적 온실가스 배출이 8500만 톤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낙관적인 가정을 넣고도 그렇습니다. 한국이 1년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가 6억 9000만 톤가량이니, 그 8분의 1쯤 되는 양이 데이터센터 몫으로 얹히는 셈입니다.

나머지 10기가와트는 이 추산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부족분을 가스로 메우면 배출이 늘어납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메우려면, 해가 지고 바람이 멎을 때 발전량이 뚝 떨어진다는 문제가 걸립니다. 데이터센터는 밤낮없이 같은 양의 전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둘을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원전은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깁니다.

세 선택지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걸려 있습니다.

같은 주에 나온 다른 소식

이 대목은 덧붙여 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같은 시기에 한국의 대미투자 첫 사업이 정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미국 내 원자력발전소 최대 8기 건설과 텍사스 가스발전소 관련 투자입니다.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두 소식은 서로 다른 협상에서 나온 것이고, 직접 연결된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시기에 한쪽에서는 국내 발전설비 부족이 지적되고 다른 쪽에서는 미국 발전설비에 자금이 배정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8.4GW를 다 쓰는 건 아니지 않나요? 맞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실제 전력 사용률은 설비 용량보다 낮습니다. 다만 인공지능 연산은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가동률이 높고 부하가 일정한 편이라, 여유를 크게 잡기 어렵습니다. 본문의 40~50GW는 업계가 그 점을 반영해 내놓은 추정치입니다.

Q. 전기가 모자라면 어떻게 되나요? 데이터센터가 안 돌아가는 게 아니라 가동률을 낮춥니다. 투자한 설비의 일부만 쓰게 된다는 뜻입니다. 또는 전력망 접속 대기가 길어져 준공은 됐는데 켜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이미 나타난 현상입니다.

Q. 재생에너지로는 안 되나요? 전량을 대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일정한 전력을 요구하는데 태양광과 풍력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장장치를 함께 깔면 가능하지만 비용이 크게 올라갑니다. 서남권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40~50GW는 정부 공식 수치가 아니라 업계 추정입니다. 가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값이고, 원 추정의 전제를 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19.5GW는 가스발전 신규 설비만 놓은 값입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계획을 합치면 격차가 줄어듭니다. 이 글은 가장 큰 항목 하나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을 뿐입니다.

셋째, 온실가스 8500만 톤은 환경단체 분석값입니다. 산정 방식과 전제가 정부 추산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넷째, 대미투자 건과 국내 전력 부족을 나란히 놓은 것은 대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인과를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두 사안의 자금 출처와 결정 주체는 다릅니다.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을 이야기할 때 세는 단위는 대체로 그래픽카드 장수입니다. 몇 만 장을 확보했는지가 헤드라인이 됩니다.

그런데 그래픽카드는 사 오면 되고, 발전소는 지어야 합니다. 사 오는 데는 돈이 들고 짓는 데는 시간이 듭니다. 돈은 늘릴 수 있지만 시간은 늘릴 수 없습니다.

2035년까지 9년이 남았습니다. 발전소 한 기를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교하면, 계획을 세울 시간은 이미 많이 지나 있습니다.

사색가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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