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68개월 보상안을 왜 거절했나
마이크론이 대만 직원들에게 1인당 100만 대만달러와 「총보상 35개월에서 68개월」을 제시했고, 노조는 나흘 만에 거절했습니다. 68개월은 기간이 아니라 기본 월급의 배수입니다. 노조가 대신 요구한 것은 영업이익의 15%를 해마다 나누는 규칙이었습니다.

목차 · 10개 단락
마이크론이 9월 11일 대만 직원들에게 1인당 100만 대만달러, 우리 돈 약 4350만 원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생산직의 2026 회계연도 총보상은 월급 기준 35개월에서 68개월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나흘 뒤 노조는 이 안을 공개 거절하고 파업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국내에는 「68개월치 보너스」라는 말로 전해졌습니다. 그만큼 받는 직장에서 왜 파업 절차가 이어지는지가 먼저 걸리는 대목입니다.
노조가 되짚은 것은 금액이 아니라 단위였습니다. 68개월은 기간이 아니라 한 해 총보상을 기본 월급으로 나눈 배수여서, 기본급을 낮게 둔 회사일수록 같은 돈을 주고도 더 큰 개월 수를 발표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대신 요구한 것은 영업이익의 15%를 해마다 나누는 규칙이고, 회사가 내놓은 일시 보상은 영업이익의 4.4% 수준으로 전해집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발표도 같은 자로 잴 수 있습니다. 금액 뒤에 「개월」이 붙었는지 「%」가 붙었는지가, 그 돈이 올해 한 번인지 내년에도 나오는지를 가릅니다.
9월 11일에 회사가 내놓은 숫자
마이크론(Micron)은 미국 아이다호주에 본사를 둔 메모리 반도체 회사입니다. D램과 낸드를 만듭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셋뿐입니다.
이 회사의 주력 생산기지는 미국이 아니라 대만에 있습니다. 타오위안과 타이중 두 곳입니다. 대만 언론은 이 두 공장이 마이크론 전체 핵심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맡고 있다고 전합니다. 이곳 직원은 약 1만 5000명이고, 그중 1만 명 안팎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9월 11일 대만 직원 보상안을 발표했습니다. 골자는 이렇습니다.
2025년 8월 29일 이전 입사자에게 1인당 100만 대만달러의 감사금을 준다. 그리고 생산직 직원의 2026 회계연도 총보상은 월급 기준 35개월에서 68개월에 해당한다.
100만 대만달러는 9월 18일 환율(1대만달러 = 43.47원)로 약 4350만 원입니다. 대만 언론이 함께 전한 다른 숫자도 있습니다. 현금 보상의 하한선은 170만 대만달러, 초급 엔지니어의 평균 현금 보상은 290만 대만달러, 주식 보상까지 더한 평균 총보상은 340만 대만달러라는 것입니다.
한국 언론은 이 발표를 “68개월치 보너스”로 전했습니다. 그 표현이 어디서 비틀렸는지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68개월은 무엇을 센 값인가
회사가 쓴 말은 “총보상(整體薪酬)“입니다. 보너스가 아닙니다.
노조 이사장 린저루이(林哲瑞)의 설명을 옮기면 이렇습니다. 생산직 직원의 기본 월급은 3만 대만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여기에 연봉으로 받는 몫, 각종 상여, 주식 보상을 전부 더한 뒤, 그 합계를 기본 월급으로 나누면 68이라는 수가 나옵니다.
다시 말해 68개월은 기간이 아니라 배수입니다. 한 해에 받는 돈 전체가 기본 월급의 68배라는 뜻이지, 기본 월급 외에 68개월치를 더 얹어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본 월급이 전체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수록 이 배수는 커집니다. 기본급을 낮게 두고 성과급 비중을 높인 회사일수록 같은 돈을 주고도 더 큰 개월 수를 발표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이 숫자를 “홍보용 화법”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노조는 금액이 아니라 규칙을 요구했습니다
발표 나흘 뒤인 9월 15일, 타이완마이크론웨이퍼기업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요구는 두 가지였습니다.
2026 회계연도에는 일시금을 83개월치까지 올릴 것. 그리고 2027 회계연도부터는 현행 IPP를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상여 재원으로 떼어 분기마다 나눌 것.
IPP는 마이크론이 운영해 온 인센티브 제도입니다. 회사가 실적을 보고 해마다 지급 규모를 정합니다. 얼마가 될지는 그해가 끝나 봐야 압니다.
노조가 요구한 것은 이 부분입니다. 금액을 회사가 정하는 방식에서, 비율을 미리 정해 두고 그 비율대로 자동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노조는 이를 “공개되고,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분배 제도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구분이 협상의 실제 쟁점입니다. 회사가 내놓은 100만 대만달러는 올해 한 번입니다. 노조가 요구한 15%는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호황이 이어지면 15%는 100만 대만달러보다 훨씬 커지고, 불황이 오면 훨씬 작아집니다.
영업이익이라는 분배 대상이 지금 얼마나 큰가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2026년 5월 28일로 끝난 석 달) 실적을 6월 24일 공시했습니다. 매출 414억 5600만 달러, 영업이익 333억 1800만 달러(미국 회계기준), 순이익 282억 4300만 달러입니다.
매출의 80%가 영업이익으로 남았다는 뜻입니다. 제조업에서 보기 드문 수치입니다. 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공급을 크게 넘어서면서 메모리 가격이 뛴 결과입니다. 같은 분기 1년 전 순이익은 18억 9000만 달러였습니다.
이 규모를 놓고 보면 4.4%와 15%의 차이가 실제로 얼마나 벌어지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한 번의 감사금이 아니라 비율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호황의 크기가 클수록, 비율로 받기로 한 쪽과 정액으로 받기로 한 쪽의 격차가 커집니다.
대만 법에는 이미 비슷한 칸이 있습니다
대만 회사법 235조의1은 주식회사에 한 가지 의무를 지웁니다. 그해 이익 가운데 직원 보수로 나눌 몫을 금액이나 비율로 정관에 적어 두라는 것입니다. 누적 손실이 있으면 그것부터 메운 뒤에 나눕니다. 현금으로 줄 수도, 주식으로 줄 수도 있습니다.
정관은 회사의 기본 규칙을 적은 문서입니다. 여기에 적힌 비율은 경영진이 그해 기분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조항에는 두 가지 빈틈이 있습니다. 하나는 비율의 하한을 법이 정해 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TSMC 정관 33조는 직원 이익분배를 “1% 이상”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법은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만 요구하지, 그 규칙이 후해야 한다고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벌칙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만 회계법인들은 이 조항이 생긴 뒤에도 상당수 회사가 정관을 고치지 않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고치지 않아도 제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법은 “규칙을 쓰라”는 요구이지 “얼마를 주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가 단체협약으로 15%를 못 박으려는 것은, 법이 칸만 만들어 두고 비워 둔 자리를 협상으로 채우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5월에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5월 20일 임금협상 잠정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반도체를 만드는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로 만들고, 재원을 “사업성과의 10.5%“로 정했습니다. 지급률 한도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이 기준은 앞으로 10년간 적용됩니다. 기준 임금인상률은 4.1%, 성과 인상률은 평균 2.1%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것이 있습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에 연동하자고 요구했지만, 합의된 기준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정한 “사업성과”입니다. 대만 언론 일부는 이를 “영업이익 10.5%“로 줄여 전하고 있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격은 같습니다. 회사가 해마다 정하던 것을 미리 정한 공식으로 바꿨고, 그 공식이 10년간 유지됩니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자기 회사에는 그런 연동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산업, 같은 호황인데 나누는 방식이 나라마다 다릅니다. 그 차이가 지금 대만에서 파업 절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정은 이렇게 잡혀 있습니다
노사 조정은 9월 4일 타오위안에서 한 차례, 9월 18일 타이중에서 한 차례 열렸고 9월 21일 타오위안에서 다시 열립니다. 노조는 8월 말 두 공장에서 파업 의향 조사를 마쳤고 1만여 명 가운데 약 80%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 조사만으로 파업이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대만 제도에서 합법 파업을 하려면 조합원 전체가 직접 무기명으로 투표해 과반이 찬성해야 합니다. 의향 조사는 그 앞 단계입니다.
합의문에 어느 단위가 적히는지 보면 됩니다
이 협상이 어떻게 끝나든, 결과를 읽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합의문에 “개월”이 적히면 이번 한 번의 금액을 정한 것입니다. 액수가 아무리 커도 내년에는 다시 협상해야 합니다. 합의문에 “%“가 적히면 앞으로의 분배 방식을 정한 것입니다. 숫자가 작아 보여도 해마다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같은 이야기가 한국 반도체 회사의 성과급 발표를 볼 때도 적용됩니다. 발표된 금액이 아니라, 그 금액이 어떤 문장에서 나왔는지를 보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68개월치 보너스를 받는 게 아니라면, 대만 마이크론 직원은 실제로 얼마를 받나요?
회사 발표 기준으로 생산직 직원의 2026 회계연도 총보상은 기본 월급의 35배에서 68배입니다. 여기에는 기본급, 상여, 주식 보상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기본 월급이 3만 대만달러 남짓이므로 68배면 200만 대만달러 안팎, 우리 돈으로 90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가 됩니다. 별도로 1인당 100만 대만달러(약 4350만 원)의 감사금이 발표됐습니다.
Q. 영업이익의 15%를 달라는 건 과한 요구 아닌가요?
판단은 읽는 분의 몫이지만, 비교 기준은 짚어 둘 수 있습니다. 회사가 내놓은 일시 보상은 영업이익의 4.4% 수준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가 5월에 합의한 DS부문 특별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의 10.5%입니다. 다만 삼성의 ’사업성과’와 마이크론 노조가 말하는 ’영업이익’은 같은 항목이 아니므로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크기만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Q. 대만 공장이 멈추면 한국에 영향이 있나요?
대만 언론은 타오위안과 타이중 공장이 마이크론 핵심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맡고 있다고 전합니다. 세계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셋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한 곳의 공급이 흔들리면 가격에 영향이 갑니다. 다만 파업이 실제로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얼마나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가장 약한 고리는 4.4%라는 수치입니다. 대만 언론이 노조 측 설명을 인용해 전한 값이고, 마이크론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숫자는 아닙니다. 회사가 어떤 기간의 영업이익을 분모로 삼았는지에 따라 이 비율은 달라질 수 있고, 그러면 4.4%와 15%의 간격에 대한 이 글의 서술도 달라져야 합니다.
“35개월에서 68개월”이 정확히 어느 기간의 어떤 항목을 합산한 값인지도 회사가 세부 산식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노조 이사장의 설명과 대만 언론 보도를 근거로 이를 한 해 치 총보상으로 읽었습니다. 만약 이 배수가 여러 해에 걸쳐 지급되는 주식 보상까지 합산한 값이라면, 연 단위로 환산한 크기는 더 작아집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도 하나 있습니다. 대만 회사법 235조의1이 마이크론의 대만 법인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입니다. 비상장 회사의 정관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마이크론 대만 법인이 이미 정관에 상당한 비율을 적어 두었다면, 법이 비워 둔 자리를 협상으로 채운다는 이 글의 설명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삼성전자 사례를 같은 종류의 변화로 놓은 것은 제 해석이고,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두 제도의 재원 기준은 다릅니다. 삼성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를, 마이크론 노조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자고 합니다. 이익보다 넓거나 좁은 기준일 수 있어서, 비율의 숫자만 비교하면 오독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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