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미군 사망자 집계를 가른 작전 이름
이란 전쟁에서 숨진 미군 네 명이 작전 종료 선언 뒤에 죽어 전사자 항목에서 '해외 작전' 항목으로 옮겨졌습니다. 전쟁 이름이 붙은 숫자는 18명에서 14명으로 줄었고 합계는 그대로였습니다. 미군 집계는 사람 단위가 아니라 작전 이름 단위로 쌓입니다.

목차 · 9개 단락
이란 전쟁에서 숨진 미군 네 명이 전사자 명단에서 사라졌다가 ‘해외 작전 사상자’ 항목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전쟁 이름이 붙은 사망자는 18명에서 14명으로 줄었고, 합계는 그대로 18명입니다. 항목이 바뀌었습니다.
9월 18일 워싱턴포스트는 이 전쟁에서 숨진 미군이 국방부가 공개해 온 숫자보다 많다고 보도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썼습니다. 국방부는 명단을 내놓지 않았고, 누가 맞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미군의 공식 집계는 사람 단위로 쌓이지 않고 작전 이름 단위로 쌓입니다. 작전 종료가 선언된 뒤에 숨지면 같은 전쟁, 같은 지역이라도 다른 항목으로 갑니다. 그러니 정부가 내놓은 피해 숫자를 볼 때 먼저 확인할 것은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가 아니라, 그 숫자가 무엇을 센 값인지입니다. 국방부가 공개한 18명은 사람을 센 결과가 아니라 서류를 센 결과에 가깝습니다.
먼저 이 전쟁의 날짜를 정리하면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4월에 휴전이 있었고, 7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군사행동 재개를 통보했습니다. 지금도 교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날짜들을 기억해 두시면 아래 이야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숫자가 갈라지는 지점이 전부 이 날짜들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사람을 세지 않고 작전을 셉니다
미국 국방부에는 전사자와 부상자를 모으는 공식 창구가 하나 있습니다. 국방피해분석체계, 영어 약자로 DCAS라고 부릅니다. 국방부 인력데이터센터가 운영하고, 누구나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숫자가 올라가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각 군이 사망이나 부상이 생길 때마다 정해진 서식을 작성해 올리면, 그 건들이 작전 이름별로 묶여서 집계됩니다. 이라크전은 ‘이라크 자유 작전’, 대이슬람국가 작전은 ‘내재적 결의 작전’ 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 전쟁에서 몇 명이 죽었나”라는 질문에 국방부가 답할 수 있는 형태는 하나뿐입니다. 특정 작전 이름이 붙은 사망 건이 몇 건인가. 작전 이름이 없으면 그 전쟁의 사망자로 셀 자리가 없습니다.
이번 전쟁에 붙은 이름은 ’에픽 퓨리 작전’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5월 5일에 끝났습니다
작전은 2월 28일에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5월 5일 작전이 종료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종료 날짜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넉 달 뒤, CBS가 국방부에 따져 물은 9월이었습니다.
8월 7일에는 국방부 공보실이 공군 수뇌부에 지침을 내렸습니다. ’에픽 퓨리 작전’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중부사령부 관할 지역의 해외 작전”이라고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중부사령부는 중동 일대를 담당하는 미군 지역사령부입니다. 즉 고유한 전쟁 이름을 지우고 평상시 해외 주둔을 가리키는 일반 명칭으로 바꾸라는 지시였습니다.
7월 7일에는 DCAS에 ’해외 작전’이라는 분류 항목이 새로 생겼습니다. 국방부는 에픽 퓨리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그 이후의 피해는 이 항목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7월에 죽은 네 명이 옮겨졌습니다
7월 17일과 18일, 요르단의 미사일 공격과 이라크의 드론 폭발로 미군 네 명이 숨졌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에픽 퓨리 작전 전사자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7월 하순에 명단에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해외 작전 사상자’ 항목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합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서 몇 명이 죽었나”를 물었을 때 나오는 숫자는 18에서 14로 줄었습니다. 두 항목을 따로 보면 어느 쪽도 이 전쟁의 사망자 총계가 아닙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름이 사라진 일에 대해 “일시적인 데이터 장애”와 “사이트 오류”라고 설명했고,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감추려는 시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부상자 숫자는 더 크게 흔들렸습니다
같은 기간 부상자 집계도 오르내렸습니다. 전쟁 초기 국방부가 밝힌 부상자는 140명이었습니다. 7월에는 보도 시점에 따라 400명대와 600명대가 함께 나왔습니다. 웹사이트에 올라 있던 482명이 며칠 만에 417명으로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8월 21일 기준 집계는 757명이고, 이 가운데 육군이 587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NPR은 7월 말 기사에서 전사자 숫자도 웹사이트에서 14명과 18명 사이를 오갔다고 전했습니다.
전사자가 되려면 문 세 개를 지나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죽음이 ’이 전쟁의 전사자’로 집계되려면 세 단계를 통과해야 합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찾아낸 22명 가운데 일부에 대해 한 당국자는 “전쟁과 직접 관련된 죽음은 아니지만 교전이 진행 중인 중동에 있던 인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문에 걸린 경우입니다.
전쟁 중에 전쟁터에서 죽었는데 전쟁 사망자가 아닌 사람이 생깁니다. 규칙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규칙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규칙은 원래 통계를 정확하게 만들려고 만든 것이고, 지금은 총계를 작게 만드는 쪽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6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2020년 1월 이란이 이라크 알아사드 기지에 미사일을 쐈을 때, 미국 정부의 첫 발표는 “사상자 없음”이었습니다. 며칠 뒤 11명이 외상성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고 정정됐습니다. 폭발 충격으로 뇌가 다치는 부상입니다. 1월 말에는 34명, 그다음에는 64명, 2월 10일에는 109명이 됐습니다.
그때 숫자가 커진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뇌진탕 증상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진단이 쌓이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규칙은 그대로였고 시간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가 커진 것이 아니라, 숫자를 담는 칸이 도중에 바뀌었습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미군 피해 규모는 한국에서도 자주 인용됩니다. 파병 논의에서, 중동 정세 분석에서, 미국의 전쟁 지속 의지를 가늠할 때 근거로 쓰입니다. 그때 쓰이는 숫자가 무엇을 센 값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국방부 웹사이트의 18명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18명은 ’이란 전쟁에서 죽은 미군’이 아니라 ’두 개의 행정 항목에 나뉘어 기록된 사망 건수’입니다. 전쟁 전체의 사망자를 알려면 국방부가 나눠 놓은 항목을 다시 합쳐야 하고, 그러고도 워싱턴포스트가 말한 네 명은 어느 항목에도 없습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이 글은 공개 집계보다 실제가 많다는 데서 출발하는데, 그 출발점이 22명이라는 숫자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그 숫자는 익명 당국자 다섯 명의 진술에 기대고 있습니다. 명단도, 문서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진술이 틀리면 글 전체가 함께 무너집니다.
반대로 읽을 여지도 있습니다. 작전 종료 후 새 분류 항목을 만드는 것 자체는 규정에 따른 통상 절차일 수 있습니다. 저는 종료 시점과 재개 시점이 어긋난 상황에서 그 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문제 삼았지만, 국방부 내부 규정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18명과 22명의 차이 가운데 일부는 은폐가 아니라 시차일 수 있습니다. 유족 통보 전에는 공개되지 않으므로, 몇 주 뒤에 격차가 저절로 메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경우 이 글은 절차의 지연을 구조의 문제로 잘못 읽은 것이 됩니다.
2020년 알아사드 사례를 끌어온 것은 제 설명 방식이고, 근거는 아닙니다. 그것은 부상 집계였고 이번은 사망 집계입니다. 두 사안의 집계 절차가 같지 않아서, 비교는 이해를 돕는 데까지만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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