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육교부금, 10% 증액인가 20조 삭감인가
초중고 학교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가 나오는 78조 8718억 원을 두고 10.1% 증액이라는 말과 20조 삭감이라는 말이 동시에 나옵니다. 둘 다 사실이고 기준선만 다릅니다. 55년 된 내국세 연동이 폐지되면 아낀 돈은 고등교육 쪽으로 갑니다.

목차 · 9개 단락
2027년에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갈 교육교부금은 78조 8718억 원입니다. 초중고 학교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가 여기서 나옵니다. 1972년부터 55년 동안 이 돈은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같은 내국세에서 20.79%를 해마다 자동으로 떼어 만들었는데, 9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안이 그 연동을 폐지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의 제목이 서로 어긋납니다. 한쪽은 10.1% 늘었다고 쓰고, 다른 쪽은 20조 원이 깎였다고 씁니다.
둘 다 사실이고, 서로 다른 기준선에서 잰 숫자입니다. 2026년 본예산과 비교하면 10.1% 증액이고, 현행 산식대로 갔다면 100조가 넘었을 금액과 비교하면 20조 감소입니다. 그리고 정부가 그렇게 아낀 돈은 초중고가 아닌 쪽으로 갑니다. 2027년 고등교육 예산은 18조 9661억 원으로 18.2% 늘었습니다.
같은 예산, 네 가지 문장
내국세는 관세를 뺀 국내 세금, 그러니까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처럼 나라가 걷는 세금의 대부분을 말합니다. 연동이 폐지되면 대신 새 산식이 들어옵니다.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곱하고, 여기에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합니다. 경상성장률은 물가가 오른 몫까지 포함해 나라 경제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뉴스에 흔히 나오는 「성장률 2%」보다 대체로 큽니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분은 전부가 아니라 35%만 반영합니다. 학생 수가 줄어도 교직원 인건비 같은 경직성 지출은 바로 줄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8월 21일 발표, 24일 입법예고, 9월 1일 국무회의, 9월 3일 국회 제출.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2027년 교육교부금은 78조 8718억 원입니다. 이 하나의 숫자를 두고 아래 문장들이 전부 사실입니다.
거짓말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네 문장은 각각 다른 기준선에서 잰 것입니다.
참고로 교부금 흐름은 이렇습니다. 2024년 68조 9000억, 2025년 72조 3000억, 2026년 76조 4000억, 2027년 78조 8718억. 금액 자체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기준선은 어디서 오나
여기서 구조가 보입니다.
자동 연동 제도가 있으면 ’가만히 뒀을 때의 금액’이 존재합니다. 아무도 결정하지 않아도 산식이 값을 내놓습니다. 그 값이 기준선이 됩니다. 그래서 “현행대로였다면 100조인데 78조를 줬다”는 문장이 성립합니다.
연동이 없는 예산에는 그런 기준선이 없습니다. 작년 금액과 비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금액이 기준선이 됨
덜 주면 "삭감"이라 말할 수 있음
매년 협상하지 않아도 됨
늘기만 하면 "증액"이 됨
얼마나 덜 늘었는지는 안 보임
매년 판단이 필요함
이게 이 사안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연동을 폐지하는 일은 금액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줄었다’고 말할 근거를 없애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현행 산식이었다면 100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새 산식이 자리를 잡고 몇 해가 지나면, 「예전 방식이었다면 얼마였을까」라는 가정 자체를 아무도 계산하지 않게 됩니다. 새 산식이 새 기준선이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늘면 증액입니다.
이건 이 개편이 옳으냐 그르냐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어느 쪽이 옳든, 앞으로 이 예산을 평가할 때 쓸 수 있는 잣대가 하나 줄어듭니다.
’1인당’이라는 지표도 봐야 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학생 1인당 교부금이 10.1% 늘어난다고 밝혔습니다. 학생 수는 주는데 총액은 늘어나니 1인당은 더 오른다는 설명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여기에 단서를 답니다. 그 10.1% 가운데 4.4%포인트는 학생 수가 줄어서 자동으로 생기는 몫이라는 것입니다.
분모가 줄면 분자를 늘리지 않아도 몫은 커집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1인당’ 지표는 가만히 있어도 오릅니다. 그러니 1인당 금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학교가 쓸 수 있는 돈이 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입법조사처가 함께 지적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교육 지출의 약 60%가 인건비이고, 이 항목은 해마다 2조 5000억 원가량 늘어 왔습니다. 교부금 연간 증가분이 4조 3000억 원 수준이라면 그중 약 60%가 인건비로 들어갑니다. 남는 몫이 교육활동에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입니다.
양쪽 다 근거가 있습니다
이 사안은 한쪽이 명백히 옳은 종류가 아닙니다.
개편에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 운영비와 교원 인건비 같은 기본 경비가 학생 수에 비례해 줄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오히려 인공지능 교육, 개별화 수업, 학생 지원처럼 새로 생기는 수요는 늘고 있습니다. 국공립대교수노조는 내국세 연동이 교육 재원을 정치적 변동에서 지켜 주는 법정 장치였다고 봅니다.
개편을 지지하는 쪽의 논리도 분명합니다. KDI 김학수 연구위원은 세수에 연동된 구조가 오히려 불안정하다고 지적합니다. 경기가 좋으면 돈이 남고, 남으면 급하게 집행되는 사업으로 흘러갑니다. 교육 성과와 무관하게 세수가 예산을 정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두 지적은 서로 다른 것을 겨냥합니다. 앞은 금액의 수준을, 뒤는 금액이 정해지는 방식을 문제 삼습니다.
정부도 완충 장치를 뒀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분을 35%만 반영한 것, 그리고 새 산식으로 계산한 금액이 전년보다 적으면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도록 법에 넣겠다는 것입니다.
아낀 돈은 어디로 가나
절감분은 새로 만드는 162조 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으로 갑니다. 2027년 이 계정은 4조 9315억 원이고, 적립은 2028년부터 시작됩니다. 쓰이는 곳은 지방 국립대 지원, 이공계 장학금, 인공지능 중심대학 같은 고등교육 쪽입니다. 실제로 2027년 고등교육 예산은 18조 9661억 원으로 18.2% 늘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짚어야 합니다. 더스쿠프가 지적한 대목인데, 이 기금은 국회 동의 없이 지출 배분을 30%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육에서 아낀 돈을 교육에 다시 쓴다”는 약속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약속을 지킬 의사와 무관하게, 지키지 않아도 되는 여지가 제도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이 사안을 따라가실 때 저는 이 순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 어떤 기준선과 비교한 숫자인가. 작년 본예산인가, 추경 포함인가, 현행 산식 추정치인가. 같은 예산이 증액도 되고 삭감도 됩니다
- 1인당 지표라면 분모가 어떻게 움직였나. 학령인구 감소 국면에서 1인당은 저절로 오릅니다
- 경직성 지출을 빼고 남는 몫이 얼마인가. 인건비가 60%를 가져가면 나머지가 실제 여력입니다
- 아낀 돈의 용처에 구속력이 있나. 30%를 국회 동의 없이 바꿀 수 있다면 그 약속의 강도는 그만큼입니다
같은 방식이 다른 데도 적용됩니다. 예산이 늘었다는 발표와 깎였다는 반박이 동시에 나오면, 대개 둘 다 사실이고 기준선만 다릅니다. 그럴 때 물어야 할 것은 누가 거짓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기준선이 이 사안에 맞느냐입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확인하지 못한 숫자가 둘 있습니다. 하나는 32조 5000억 원이라는 절감 규모의 기간 기준입니다. 정부가 밝힌 수치인데 몇 년에 걸친 누적인지 자료에서 명시되지 않았고, 단년도 수치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현행 산식이었다면 100조”라는 값으로, 이건 세수 전망 위에 서 있는 추정치입니다. 20조라는 차이도 그 전망이 바뀌면 함께 바뀝니다.
반대로 읽을 여지도 있습니다. 새 산식이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습니다. 3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쓰면 해마다 출렁이던 폭이 줄어듭니다. 세수가 급감하는 해에는 현행 방식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수준이 낮아지는 문제를 다뤘지 변동성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개편의 옳고 그름은 제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학령인구가 실제로 줄고 있고, 세수 연동의 부작용도 실재합니다. 반대편의 경직성 지출 지적도 마찬가지로 실재합니다. 이 글은 숫자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만 다뤘습니다.
그리고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법 개정 사항이고 9월 3일 국회에 제출된 단계입니다. 교육감들과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종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래서 교육 예산이 줄어드는 건가요? 2027년 금액은 전년보다 늘어납니다. 다만 현행 방식대로였다면 더 많이 늘었을 것입니다. “줄었다”와 “늘었다”가 모두 쓰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학생 수가 줄면 교육비도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 전제가 이번 논쟁의 핵심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교육비 산정의 기본 단위가 학생 수라는 전제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생이 절반이 되어도 학교 건물, 냉난방, 교사 정원이 절반이 되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분을 35%만 반영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Q. 1인당 교부금이 10.1% 오른다는 발표는 그대로 믿어도 되나요? 정부가 밝힌 수치이지만 구성을 봐야 합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그 10.1% 가운데 4.4%포인트가 학생 수가 줄어서 자동으로 생기는 몫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분모가 줄면 분자를 늘리지 않아도 몫은 커집니다. 1인당 금액이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학교가 쓸 수 있는 돈이 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Q. 왜 지금인가요? 학령인구 감소가 오래 지적돼 온 데다, 절감분을 고등교육과 인공지능 분야로 돌리려는 목적이 함께 제시됐습니다. 그래도 세수 여건이 좋은 시점의 판단이 항구적인 산식 변경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짚어 둘 만합니다.
Q.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2027년 예산부터입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고쳐야 하는 일이라 국회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증액도 되고 삭감도 되는 같은 예산
같은 예산이 10% 증액도 되고 20조 삭감도 됩니다. 무엇과 비교하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자동 연동을 폐지하면 금액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 예산이 줄었는지를 재는 잣대 하나가 함께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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