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수당을 월급에 포함한 포괄임금 사업장 79곳 중 77곳이 법 위반

올 2월 시작된 포괄임금 기획감독에서 79곳 중 77곳이 노동관계법을 어겼습니다. 적발된 항목 가운데 27곳은 근로시간 기록·관리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못 받은 야근수당을 계산할 기준선도 함께 없어집니다.

사색가 J9분 분량
창밖이 어두워진 사무실에 직원 한 명이 혼자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창밖이 어두워진 사무실에 직원 한 명이 혼자 남아 일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목차 · 8개 단락
  1. 79곳 중 77곳
  2. 포괄임금제는 법전에 없습니다
  3. 법원이 그은 선
  4. 요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5. 그래서 지침은 기록부터 요구했습니다
  6. 남은 질문은 규모입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8.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고용노동부가 올 2월부터 포괄임금을 쓰는 사업장 79곳을 감독했습니다. 5월에 나온 결과를 보면 그 가운데 77곳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이 나왔습니다. 체불로 확인된 수당만 4억 4800만 원입니다.

이런 숫자는 보통 나쁜 회사 몇 곳을 골라냈다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9월 15일에는 같은 성격의 하반기 감독이 두 달 일정으로 시작됐습니다.

적발된 항목을 열어 보면 순서가 다르게 보입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덜 준 곳이 34곳인데, 근로시간 기록·관리 자체가 문제였던 곳이 27곳입니다. 계약서에 “수당을 다 포함한 월급”이라고 적혀 있어도 법대로 계산한 수당이 더 크면 차액을 받을 권리는 남습니다. 다만 그 차액을 계산할 근거가 회사에 없으면 권리도 금액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79곳 중 77곳

감독 대상은 101개 사업장이었습니다. 이 중 실제로 포괄임금 방식을 쓰고 있던 곳은 79곳이었고, 그 79곳 가운데 77곳(97.5%)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이 나왔습니다.

상반기 감독에서 적발된 위반 (포괄임금 운영 79곳 기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
34곳
43.0%
연장근로 한도 초과
34곳
43.0%
근로시간 기록·관리 위반
27곳
34.2%
한 사업장이 여러 항목에 동시에 걸린 경우가 있어 합계는 77곳보다 큽니다

체불로 확인된 수당은 4억 4800만 원이었습니다. 임금과 퇴직금까지 합치면 68개 사업장에서 15억 4200만 원이 나왔습니다.

세 번째 줄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다른 두 항목보다 덜 심각해 보이지만, 이 글이 하려는 이야기는 그 줄에 있습니다.

포괄임금제는 법전에 없습니다

먼저 용어를 풀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6조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더 얹어 주라고 정해 놓았습니다. 한 시간을 더 일했으면 한 시간 반치를 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려면 몇 시간을 더 일했는지 세어야 합니다.

포괄임금은 그 계산을 건너뛰는 방식입니다. “기본급에 수당을 다 포함해서 월 300만 원” 같은 식으로 한 덩어리를 정해 놓고, 실제로 몇 시간을 일했든 그 금액을 줍니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고정OT입니다. “연장근로 20시간분을 미리 얹어 매달 지급한다”고 정해 두는 계약이죠. OT는 초과근무(overtime)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포괄임금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허용한다는 조항도, 금지한다는 조항도 없습니다. 법이 만들어 준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굳어진 관행이고, 법원이 뒤늦게 “이런 경우라면 봐 줄 수 있다”고 선을 그어 온 대상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폐지”가 아니라 “오남용 감독”인 것입니다. 없앨 근거 조항이 애초에 없습니다.

법원이 그은 선

법원이 그어 놓은 선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근로시간을 셀 수 있으면 세라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24년 2월 8일 판결에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근로시간과 근로형태, 업무의 성질을 볼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포괄임금 계약도 유효할 수 있다. 그런데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닌데도 포괄임금으로 묶었고 그 금액이 법대로 계산한 수당보다 적다면, 그 부분은 무효이며 모자란 만큼을 줘야 한다.

2022년 2월에도 비슷한 판단이 있었습니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사건이었는데, 버스 운행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재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 연장·야간근로수당에 대한 포괄임금 약정을 유효로 봤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에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까지 묶은 부분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포괄임금이 합법이 되는 조건은 하나입니다. 근로시간을 재기 어려울 것.

요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 조건의 성격입니다.

“근로시간을 재기 어렵다”는 것은 업무의 성질에서만 나오는 상태가 아닙니다.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연장근로 신청서를 받지 않고, 근태 시스템을 돌리지 않으면 그 사업장의 근로시간은 실제로 재기 어려워집니다. 요건을 충족시킬 권한이 요건을 적용받는 쪽에 있는 셈입니다.

상반기 감독에서 27곳이 근로시간 기록·관리로 걸렸다는 숫자는 그 지점에 있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미지급 수당을 계산할 기준선도 사라집니다. 감독관이 “덜 줬다”고 말하려면 얼마를 줬어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하는데, 그 근거가 되는 자료가 사업장에 없는 것입니다.

같은 감독에서 연장근로 한도 초과가 34곳 나온 것도 연결됩니다. 주 12시간이라는 연장근로 상한을 넘겼는지 확인하려면 역시 시간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재지 않으면 남는 것은 총액 하나입니다 빈 근태 기록지.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지침은 기록부터 요구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4월 8일 발표해 4월 9일부터 시행한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을 보면 순서가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지침은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 수당을 구분해 적으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실제 근로시간과 대조해 검증하도록 하고, 약정한 금액이 법정수당에 못 미치면 차액을 지급하라고 못박았습니다. 고정OT로 20시간분을 얹어 줬는데 실제로 30시간을 일했다면 10시간분을 더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을 바꾸지 않고 할 수 있는 조치의 범위가 여기까지입니다. 계약 형식을 금지할 수는 없으니, 그 형식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인 “기록 없음”을 걷어내는 쪽으로 간 것입니다.

지침 시행 뒤 익명신고센터 제보는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1월부터 8월까지 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8건의 두 배가 넘습니다. 하반기 감독 대상 업종을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으로 고른 것도 이 기간 제보가 몰린 분야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남은 질문은 규모입니다

상반기 101곳, 하반기 두 달. 감독이 닿는 사업장 수는 이 정도입니다.

포괄임금을 쓰는 사업장이 전국에 몇 곳인지는 정확한 최신 집계가 없습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에 10인 이상 사업장 2522곳을 조사했을 때는 749곳(29.7%)이 포괄임금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6년 전 표본조사이니 지금 값으로 쓸 수는 없지만, 자릿수는 짐작하게 해 줍니다.

감독으로 걸러낼 수 있는 몫과 실제 분포 사이의 간격이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여러 건 올라와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면 금지부터 적용 업종 제한까지 방향은 갈립니다.

한편으로 이 간격은 감독 결과를 읽는 방법도 정해 줍니다. 97.5%라는 위반율은 전국 사업장의 위반율이 아닙니다. 감독 대상은 제보가 들어왔거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곳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걸릴 만한 곳을 골라 갔더니 걸렸다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이 숫자로 알 수 있는 것은 전국 평균이 아니라, 신고가 들어온 사업장을 실제로 열어 보면 어떤 일이 나오는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괄임금 계약을 맺었으면 야근수당을 못 받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뭐라고 썼든 법으로 계산한 수당이 더 크면 차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대법원도 그렇게 판단했고 4월 지침도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실제로 받아 내려면 몇 시간을 일했는지 보여 줄 자료가 필요합니다.

Q. 근로시간을 기록할 의무가 따로 있나요?

사용자는 임금대장에 연장·야간·휴일근로 시간 수를 적어야 하고, 관련 서류를 3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지는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지문 인식기든 전자결재든 수기 대장이든 상관없지만, 실제 시간과 맞아야 합니다.

제가 틀릴 수 있는 지점

첫째, 27곳이 근로시간 기록으로 걸렸다는 사실이 곧 “합법 요건을 만들려고 일부러 기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인사 담당자가 없는 작은 사업장에서 관리가 허술했을 가능성도 같은 숫자로 나타납니다. 저는 두 경우를 구분할 자료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짚은 것은 의도가 아니라 두 경우 모두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구조입니다.

둘째, 근로시간을 재기 어려운 직무가 실제로 있습니다. 외근 영업, 출장이 잦은 업무, 재량이 큰 연구직이 그렇습니다. 대법원이 예외를 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 예외가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며, 예외의 범위를 사용자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본 것입니다.

셋째, 97.5%는 표적 감독의 결과입니다. 본문에서도 적었지만 이 수치를 전국 사업장에 대입하면 과장이 됩니다. 반대로 감독을 나가지 않은 곳에 문제가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숫자 하나로는 어느 쪽도 말할 수 없습니다.

넷째, 2020년 실태조사의 29.7%는 6년 전 값입니다. 그 사이 IT업계 포괄임금 축소 같은 변화가 있었으니 지금은 더 낮을 수 있습니다. 규모를 가늠하는 용도로만 썼습니다.

다섯째, 법 개정으로 포괄임금을 금지하면 문제가 풀리는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기록 의무를 강화해도 기록을 하지 않는 사업장이 남는다면 집행의 공백은 그대로 남습니다. 저는 어느 개정안이 낫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사색가 J

공개된 자료를 놓고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습니다. 의견이나 정정 요청은문의로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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